발열·체중감소·피로감·인후통 등 증상

▲ 이현직 하나이비인후과 원장이 기쿠치병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20대 직장인 김씨는 며칠동안 열이 심하게 나면서 온몸이 아팠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야근으로 피로까지 겹쳐 ‘몸살감기약을 먹고 푹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에도 김씨의 증상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구토증상까지 발생해 음식물을 섭취하기도 힘들어졌다. 김씨는 목 부위에 멍울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기쿠치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스트레스 많을 때 과로하면 발병 확률 ↑
목부위 림프절에 괴사성 염증 느껴지면
다른 질병과 감별 필요해 전문의 찾아야

◇림프절에 괴사성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

기쿠치병은 1972년 일본에서 기쿠치와 후지모토 등에 의해 처음 보고된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나 특정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과로할 경우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 병은 20~30대의 젊은 여성에게 주로 발생된다. 이현직 하나이비인후과 원장은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여성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4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기쿠치병이 시작되면 림프절이 커지면서 2㎝이하의 혹이 여러개 만져지고,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림프절은 우리 몸의 면역기관으로, 외부로부터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원이 침입하였을 때 이를 막아내기 위한 면역세포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기쿠치병은 이러한 림프절에 괴사성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괴사성 림프절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원장은 “혹은 주로 목의 한 쪽에만 발생하고, 목빗근 부위에서 주로 생긴다. 특히 목빗근 위에서 아래로 가로지르는 근육에서 흔히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기쿠치병의 증상으로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발열, 체중 감소, 전신 권태감,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인후통과 두통도 호소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짧게는 4주 이내, 길게는 4개월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

◇4달 이내에 저절로 호전

기쿠치병의 진단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검사는 초음파검사와 세침흡인검사다. 초음파검사로 림프절의 크기와 모양을 관찰해 악성 림프절 종대와 감별을 하고, 세침흡인검사로 림프세포를 흡인해 조직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키쿠치병과 유사한 증상을 가진 질환으로는 반응성 경부림프절염, 결핵성 림프절염 등 염증성질환 및 악성림프종, 전이암 등과 같은 종양성 질환들이 있다. 이 중 키쿠치병과 가장 많이 혼동되는 질환은 악성림프종이다. 두 질환 모두 비슷한 증상, 진찰소견, 검사결과를 보이기 때문에 감별이 쉽지 않다.

하지만 기쿠치병은 4달 이내에 저절로 호전되는 질환으로 특별한 치료를 요하지 않는다.

이 원장은 “발열이나 림프절의 통증, 식욕 감소, 피로감 등의 전신증상이 심할 수 있어 입원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증상에 따라 약물을 복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쿠치병에 대한 원인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이에 이 원장은 “과로를 피하고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또 경부의 림프절 비대가 발견되면 다른 여러가지 질병들과의 감별이 꼭 필요하므로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림프절이란?

림프절은 림프세포를 생성하고 림프액을 여과하며 체내에 흡입된 바이러스, 박테리아 같은 항원을 처리하는 국소면역 방어기능을 담당한다. 사람의 전신에는 총 900개 정도의 림프절이 있다. 다리에 300여개, 몸통 및 내장기관에 300여개, 경부에 300여개 림프절이 있다. 목에 있는 300여개의 림프절이 모두 활발히 기능을 하는 림프절은 아니며, 좌우에 각각 15개씩 총 30여개 정도가 활발히 활동하는 기능성 림프절로 실제 목에서 만져지는 경우는 5개 안팎이다.

보통 목의 림프절은 3세부터 만져지기 시작해 6세가 되면 가장 잘 만져진다. 왜냐하면 그 나이는 우리 몸의 림프조직, 림프절의 발달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춘기를 지나 성장이 멈추면 림프조직의 성장도 멈춘다. 림프절은 아주 작은 크기로부터 직경 1㎝까지가 정상적인 크기이다. 따라서 6세 이후 목에서 1㎝크기의 림프절이 있다면 정상이다. 더욱이 커졌다 줄어들었다 하는 림프절은 보통 안심해도 되는 생리적인 반응성 림프절 종대이다.

목 부위는 다양한 구조물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므로 다양한 종괴들이 발생할 수 있다. 목 부위에 생기는 종괴 중 갑상선질환 다음으로 빈번한 것은 림프절의 비대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림프절은 전신에 분포해 있지만, 그 중 특히 목에 가장 많이 분포한다.

이현직 원장은 “림프절에 생기는 종괴는 대부분이 면역반응에 의한 염증성 림프절염이다. 또 두경부, 전이암일 가능성도 있다. 염증성으로 발생하는 림프절염의 경우 대개 항생제 치료로 통증이나 크기가 감소하지만 2주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으면 여러 다른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초음파, 전산화 단층촬영(CT), 세침흡인세포검사, 혈액검사 등 추가적인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종괴의 종류에 따라 발생하는 위치와 만졌을 때 생기는 압통의 유무, 주변조직과의 유착 정도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지며, 치료방법도 다양하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림프절염 및 결핵에 의한 결핵성 림프절염은 갑상선이나 인후두부위의 악성종양에 의한 전이성 임파선암 등 다양한 질병이 림프절의 비대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질병들 중 기쿠치병은 극히 일부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이현직 하나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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