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의 핵심가치 정보공개와 협업
기관 입장에선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투명성·효율성 높이기 위해 적극 수행

▲ 강종열 울산항만공사 사장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시책 중 하나로 정부 3.0이 있다. 정부에서 다방면으로 홍보를 하고 있으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정부 3.0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의례적으로 들고 나오는 정치적 수사쯤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선진국 사회로 안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정부 3.0의 의미는 웹 프로그램이 진화하며 웹 1.0, 웹 2.0, 웹 3.0과 같은 명칭을 부여하듯이 정부정책도 정부 1.0, 정부 2.0, 정부 3.0과 같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 1.0이 행정기관 주도의 일방적인 서비스 제공이라면 정부 2.0은 개방과 공유 차원의 양방향 서비스 제공을 의미하고 정부 3.0은 개방과 공유를 넘어 개인화된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의미한다. 정부 2.0이 추구한 정보공유의 결과 ‘정보의 홍수’ 사태를 몰고 왔기에 정부 3.0은 각 개인에게 의미있는 정보와 서비스의 구조화를 추구한다. 즉 정부 3.0은 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공유하고 부처 간의 칸막이를 없애 소통·협력하며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으로 정의된다.

정부 3.0의 과제는 크게 ‘투명한 정부’ ‘유능한 정부’ ‘서비스 정부’ 등 3가지로 압축된다. 투명한 정부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해 민간에서 정보를 가공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유능한 정부는 기관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정보공유와 협업을 통해 국민 접점의 문제해결 위주로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정부는 맞춤형 정보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여 국민 편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울산항만공사에서도 정부 3.0을 적용하고 있다. 울산항은 물론 울산경제에 신성장 동력이 될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의 밑바탕에 바로 이 협업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방파제 등 외곽시설을 건설하고, 우리 공사는 부두와 부지조성 등 기반시설을 시공하며, 한국석유공사와 민간기업으로 구성되는 컨소시엄은 석유저장탱크 등 상부시설을 건설하여 터미널을 운영하게 된다. 한 개 기관이 맡아서 추진하기에는 인력과 재정적으로 부담되는 일이지만 정부3.0의 핵심가치인 협업정신을 기반으로 추진, 사업을 훨씬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울산항의 안전관리에도 정부 3.0의 개념을 활용하고 있다. 울산항은 위험화물의 비중이 높고 통항하는 선박 수에 비해 항내 수면적이 좁아 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 항만과 관련된 여러 기관·기업체 중 어느 한쪽이라도 부주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를 유발하게 된다. 공사에서는 울산항과 관련된 11개의 기관·기업체들이 ‘해양안전벨트’를 조직해 안전시책을 공유하고 민관합동 방제훈련을 하는 한편 위험화물 취급매뉴얼을 보급하는 등 안전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협업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정부 3.0의 핵심가치인 정보공개와 협업은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귀찮고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기관의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협업 또한 분장된 일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것보다 의사결정을 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과 절차가 복잡해져 힘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3.0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정보가 공개되면 투명해지고 투명해지면 우리사회가 맑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협업 또한 의사결정을 하기까지는 더딜지 모르나 일단 결정되면 협력이 성과를 내어 속도가 빨라져 장기적으로 보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 사람의 근육과 의식은 편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정부 3.0도 이왕 시작한 이상 편한 쪽으로 복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강종열 울산항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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