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붙박이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은 이날 경기에서도 평소와 다름 없이 이영표와 호흡을 맞춰 수비와 공격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 냈다.
특히 수비시에는 송종국-최진철-홍명보-이을용으로 이어지는 포백 라인과 호흡을 맞춰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공세때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침착한 플레이로 수비로부터 시작된 공격의 맥을 잘 이어갔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날 경기에서 김남일에게 높은 점수를 줄 부분은 핀란드 최전방 공격수 미카엘 포르셀(잉글랜드 첼시)의 전담 마크맨으로서의 역할.
김남일은 후반 33분 교체될 때까지 미드필드와 수비지역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며 날카로운 공격이 예상됐던 포르셀의 발을 완벽하게 묶었다.
4-3-3을 기본으로 한 한국의 핀란드전 포메이션이 수비시에는 5-4-1, 공격시에는 4-5-1로 바뀐 것 처럼 보였던 것은 바로 김남일이 포르셀의 발을 묶기 위해 쉴새없이 뛰어다닌 흔적이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맡겨진 임무를 소화해 낸 김남일에 대해히딩크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평소 선수 개인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히딩크 감독은 이날 경기후 대표팀 관계자와의 대화중에 『감독인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성숙한 기량을 선보였다. 오늘 경기의 MVP를 뽑는다면 김남일을 뽑을 것』이라며 그의 플레이를 극찬했을 정도.
화려한 패스나 골을 넣는 능력은 없지만 미드필더로서 갖춰야 할 많은 장점들과성실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온 김남일이 안정기에 접어든 대표팀 수비력에 더욱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