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진 문화생활부 차장

비엔날레와 아트페어의 공통점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주요 작가와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시대 미술의 흐름 뿐 아니라 향후 미술계의 흐름을 전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무엇일까. 비엔날레는 주제의 독창성, 작가의 예술성에 방점을 두지만 아트페어는 얼마나 많은 작품이 사고팔릴 지가 관건이다. 비엔날레가 한두 계절 앞서 유행경향을 가늠하는 패션쇼라면 아트페어는 인기 디자이너의 ‘핫’한 의류를 바로 구매하는 백화점이다.

시립미술관 개관을 3년여 앞둔 상황에서 제1회 울산아트페어가 먼저 개최된다.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KBS울산홀에서 열린다. 울산시로부터 8000만원의 사업비를 받아 울산미술협회가 주관한다. 행사장에는 110개의 전시 부스가 만들어진다. 분양은 이미 100% 완료됐다. 가로·세로 3m 안팎의 부스를 닷새동안 이용하는 비용은 평균 60만원이다. 울산미협은 국내 총 5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그 밖에 빈 공간은 50여 명의 지역작가들이 개인 혹은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사용한다.

국내 미술계에는 울산아트페어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기대감은 주로 지역 미술계 내부에서 나온다. 이번 축제가 지역 미술단체가 처음으로 진두지휘하는 아트페어이기 때문이다. 울산미협은 타 지역 갤러리의 참여를 유도하여 신선한 작품들을 대거 선보이겠노라 장담했다. 지역작가들이 벌이게 될 승부수도 관심을 모은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미술품 거래는 장기적으로 지역 창작활동에 활력을 줄 것이 확실하다.

반면 몇몇 지역 미술인과 타 지역 미술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모 작가는 한해 30여 건에 달하는 아트페어 홍수 속에서 울산아트페어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겠냐며 고개를 저었다. 또다른 갤러리 관계자는 지난 해 울산 동구에서 열린 모 호텔아트페어의 처절한 실패담을 들면서 이번 행사가 전례를 밟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당시 행사는 국내 최악의 아트페어로 낙인이 찍혀있다. 실패의 주범은 ‘안일한 사전홍보’였다. 유명 갤러리와 인기작가가 아무리 많은들 물건을 구매해 줄 시민들이 정작 모른다면 굳이 울산에서 아트페어를 개최할 이유가 없다.

어쨌거나 행사의 성공과 실패는 20여일 이후면 판가름 난다. 장소의 협소함, 열악한 사업비 등 울산아트페어의 한계점은 사업비를 지원한 울산시도, 이를 받아 행사를 추진해 온 울산미협도 애초부터 알고있던 사안이다. 울산에서 열리는 아트페어가 또다시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이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서둘러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홍영진 문화생활부 차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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