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로 직장 포기하는 여성 많아
육아기 근로단축·시간선택제 활성화로
일·가정 조화이뤄 여성 경력단절 막아야

▲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아침에 눈뜨기가 무섭다. 일어나자마자 아침식사 준비, 애들 깨우고 유치원 보낼 준비, 아침 먹은 것 정리, 그리고 회사출근 준비를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선다. 출근하기도 전에 벌써 지친다.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좌불안석이다. 회사 일도 끝내야 하지만, 시간 맞춰 애들 유치원 하원과 저녁식사, 그리고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눈뜨고 하루를 마무리 할 때까지 여유가 없다. 이게 우리나라 워킹맘들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엄마는 슈퍼우먼이 돼야만 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여성이 결혼 후 육아기까지 계속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출산이나 육아 때문에 기혼여성 5명 중 1명이 직장을 포기한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 경력단절의 사회적 비용 조사’보고서에서 여성이 임신·출산·육아로 경제활동을 포기한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이 2000년부터 13년간 195조원에 이른다고 했다. 여성 경력단절을 방지하지 못해 매년 15조원의 비용을 치른 셈이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일·가정 양립 지원을 통해 여성근로자의 경력유지와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만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주 15시간 이상 30시간 이하로 근무하는 제도다. 사용기간은 육아휴직 기간과 합산하여 1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올 하반기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용기간이 2년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단축기간 동안 근로자는 회사로부터 급여도 받고 정부로부터 단축급여(통상임금 60%)도 받을 수 있다. 또한 사업주도 근로자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할 경우 중소기업은 1인당 월 30만원, 대기업은 월 2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각종 육아지원제도 이용 경험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68.7%로 높은 편이었다.

다음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전일제근무와 장시간 근로에 익숙해져 있었고, 이러한 근로문화가 일·가정 양립이 절실한 여성근로자의 경제활동 참여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장해요인이 되어왔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란 전일제 근로자보다 짧게 일하면서 근로조건 등에 차별이 없는 일자리로 근로자의 수요와 기업의 필요를 함께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제도다. 육아와 일을 함께하는 근로자,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자 하는 근로자들에게 맞는 일자리이다. 지난해 10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기업의 75%가 생산성향상과 근로자 만족도 제고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근로자와 기업 모두 윈-윈(win-win)하는 것이다. OECD의 주요 선진국에서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크게 활용되고 있다.

직접 보육이 필요한 시기에는 육아휴직, 그 이후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근로시간 단축·시간선택제는 분명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제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활용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회사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가족친화적 기업문화는 기업의 경쟁력인 핵심 인재확보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용노동부가 ‘일家양득’ 캠페인을 통해 일하는 방식과 문화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접근 방식이라 하겠다. 일과 가정의 조화는 여성의 출산율 증가와 경제활동 참여 활성화로 고용률 70% 달성과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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