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12경·산업관광 등 콘텐츠는 충분
관광객 붙잡을 시설 구축 필요한 시점
전문인력 양성할 관광학과 개설 논의도

▲ 박철종 문화생활부장

울산지역에서 언젠가부터 관광산업 활성화 바람이 불고 있다. 각 자치단체별로 관광상품 개발은 물론 관광산업 육성, 관광여건 개선을 외치고 있다. 울산의 관광자원은 국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만큼 풍부하다. 영남알프스, 태화강대공원, 대왕암공원, 강동·정자 해변을 비롯한 울산 12경부터 자랑거리다. 반구대암각화·천전리각석을 둘러보고 암각화박물관를 찾는 코스는 역사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 게다가 현대중공업·SK 등 대기업 산업관광은 다른 지역에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인프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관광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만한 변수가 산재하고 있다. 울산~포항간 고속도로가 올 연말 부분 개통에 이어 내년 6월께 완전 개통될 예정이다.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 울산JCT와 경주시 외동읍 개곡리 남경주IC 간의 거리가 불과 22㎞밖에 되지 않는다. 관광 인프라와 숙박시설이 풍부한 경주로 관광객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빨대효과가 우려된다. 울산 관광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 외지 관광객들이 묵을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청소년 단체관광을 오고 싶어도 저렴하게 이용할 유스호스텔이 하나도 없다. 개인 여행자들도 마찬가지다. 울산시내에 모텔촌은 많지만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울산지역에 등록된 숙박업소는 모두 753곳이다. 호텔이 위주인 관광숙박시설은 13곳, 취사시설을 갖춘 여관 형태의 생활숙박업은 22곳이다.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700여곳은 모텔이거나 여인숙이다. 이렇게 숙소가 마땅치 않으니 머물고 싶은 마음은 아예 들지 않는다. 시간적으로 가까운 부산 해운대나 경주 보문단지로 돌리는 발길을 바꾸기가 쉽지가 않다.

호텔 불모지인 울산에 최근 비즈니스호텔 2곳이 문을 열어 일단 숨통은 텄다. 특급호텔보다는 숙박요금이 저렴하지만 유흥업소 밀집지역으로 여건이 그리 녹록지는 않다. 강동권 개발이 가속도를 내면서 호텔 등 체류형 숙박시설 건립도 기대된다. 울산시가 KTX 울산역세권 내에 추진 중인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입지도 주목된다.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용무를 마친 여행자들이 과연 울산시내로 들어올지, 곧장 떠날 것인지 세밀한 예측이 필요하다. 국토부가 전시·국제회의시설을 도시계획시설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차라리 복수 건립예정지를 추가 선정한 뒤 관광수요를 감안해 입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울산지역 대학에 관광관련학과의 개설 필요성도 있다. 울산의 미래 먹거리산업으로서 관광산업 육성에 대비하자는 의미다. 현재 울산지역 학생들이 관광관련학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부산과 대구 등 타 지역으로 유학해야만 한다. 지역경제의 측면에서 막대한 비용유출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울산에서 유일하게 관광관련 수업을 진행하는 울산여상의 경우 해마다 100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울산에는 2년제 및 4년제 대학을 통틀어 관광관련 학과가 없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대구 등 인근 도시 2년제 및 4년제 대학에 대부분 관광관련 학과가 설치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외치면서 전문인력 부재로 인한 고용창출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울산에 비즈니스호텔이 들어서고 강동권 관광단지가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적으로 울산관광을 담당할 전문인력 인프라 부재로 관광산업 발전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울산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지역 대학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 바란다. 하드웨어를 갖추지 않은채 소프트웨어만으로 관광산업은 제자리를 맴돌 것이다.

박철종 문화생활부장 bigbel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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