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400억원 투입한 순수 국내기술 첫 선박엔진

경찰, 유사부품 거래 수사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선박용 엔진인 ‘힘센(HiMSEN)엔진’의 부품 도면이 무단 유출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힘센엔진은 현대중공업이 약 10년간 400억원 가량을 투입해 2000년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순수 국산기술로 만든 최초의 선박용 엔진이다.

23일 현대중공업과 경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자체 개발한 선박용 발전엔진인 힘센엔진의 도면 일부가 유출돼 유사부품이 거래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내부적으로 확인작업을 하다 6월 중순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현대중공업에 부품을 납품하지 않는 부산과 경남 창원에 있는 회사에서 엔진 헤드의 거푸집을 만드는 데 쓰는 나무로 된 모형인 목형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정규 부품을 분해하고 역설계해 목형을 만들 수는 있지만 크기 등이 정확하지 않으면 성능이 떨어진다”면서 “문제의 업체에서 본 목형은 현대중공업이 설계한 것과 같거나 상당히 유사해 유출된 설계도에 따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하고 문제의 업체에서 찍은 목형 사진 등을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따라 조만간 해당 업체들을 상대로 진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유출된 힘센엔진 기술이 중국의 조선업계로 흘러들어가는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세계 선박 수주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힘센엔진 관련 도면이 중국으로 넘어간다면 한국 업체들이 발전용 엔진 분야의 기술 경쟁력에서도 중국에 따라잡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형선박 내부에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거나 중형 선박의 추진용으로도 장착되는 이 엔진은 2001년 9월 1호기가 생산된 이후 현재 4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금까지 생산된 힘센엔진은 9000여대다.

이 엔진은 이동용 디젤발전설비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쿠바나 이라크, 아이티 등 전력수급이 원활치 않은 나라들에도 공급되고 있다. 신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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