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사회부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 참여자에게 상품권이나 현금을 주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원칙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노동운동의 순수성을 짓밟는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 결정사항인 ‘파업 참여자 우대 기준’ 안건을 당초 24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최종 심의·결정하려 했지만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현장 여론을 조금 더 청취하겠다”며 심의 자체를 1주일 연기했다. 하지만 ‘귀족 노조’다운 발상이라는 비난은 여전하다.

‘귀족 노조’하면 떠오르는 게 현대자동차다. 현대차에 대한 국내 30대 고객의 선호도가 약 20%에 그쳤다는 자체 조사 결과가 있고, 엔트리카를 구입하는 20~30대의 70~80% 정도가 ‘안티 현대’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비공식 분석도 나오는 등 내수시장에서 ‘안티 현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급기야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이 40%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는 매년 파업 등을 통해 임금 인상과 국내 최대 수준의 복리후생을 이뤄냈다. 결국 그들의 투쟁이 곧 차량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안티 현대’ 정서를 부추긴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건 틀림 없다.

노조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 교섭에서 파업을 계획하곤 있지만 ‘안티 현대’에 대한 부담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수입차에 빼앗긴 고객의 마음을 국산차로 되돌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파업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안티 현대’ 정서를 우려해야 한다. 중국 조선업계의 저가 수주 공세 등으로 7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까지 벌일 경우 선주사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선박 인도 기일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감까지 확산돼 수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의 ‘안티 현대’ 정서를 걱정해야 할 단계에 이르지 않도록 선주사들로부터,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지 않는 명분있는 결정이 필요하다.

이왕수 사회부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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