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동결 제시 사측 규탄하며 울산사업장서 3시간 부분파업

사측 “대립 아닌 협력 필요”

▲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26일 노조사무실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채 파업 출정식을 갖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현대중공업 노조가 사상 최악의 경영 위기에 처한 회사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3조 원대 손실과 올해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회사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2년 연속 파업에 들어가면서 ‘배부른 투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26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울산시 동구 본사를 포함한 울산지역 사업장에서 3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노조 지침에 따라 울산을 제외한 서울사무소와 군산조선소, 음성공장 조합원과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특수선사업부 조합원들은 정상적으로 근무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3시30분 울산시 동구 본사 노조 사무실 앞에서 조합원 35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여한 가운데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파업 출정식을 열어 올해 임협에서 임금 동결을 제시한 사측을 규탄했다.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투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거를 통해 알 수 있다”며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줘야 파업을 멈출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파업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최근 투쟁 동력 확보를 위해 ‘파업 참여자 우대 기준’을 마련(본보 8월20일자 1면 보도)하고 조합원 평균 기본급(시급)의 70%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려 했다가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이 계획을 최종 심의·확정하는 임시대의원대회를 다음 주로 연기한 바 있다. 시행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날 파업 참석자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지난 6월25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18차례 임협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교섭에서 호봉승급분(2만3000원)을 제외한 임금 동결안을 내자 노조는 크게 반발하며 추가 제시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적자가 심해 추가로 제시하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며 파업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사측은 26일자 회사 소식지인 ‘인사저널’을 통해 “파업은 갈등과 분열만 일으킨다”며 노조의 파업 강행에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노조가 내·외부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생산 차질을 초래하는 파업을 진행한다”며 “파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사측은 지난해 노조의 4차례 부분 파업으로 158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사측은 또 “일감 확보를 위한 저가 수주와 해양플랜트 공사의 공정 지연으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등 하반기 실적 또한 호전될 기미가 없다”며 “노사가 힘을 합쳐 위기를 타개해 나가도 모자랄 시점에 일손을 놓는 노조의 극단적인 행위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 차질은 우리의 존립을 위협하는 결과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지금은 대립과 갈등이 아닌 화합과 협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회사가 사상 최대 위기라는데 노조는 이에 아랑곳 않고 파업하다니 당황스럽다”며 “원청의 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이 얼마나 어려워지는지, 지역 경기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 지 노조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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