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도요타 급발진 의심사고 /연합뉴스

 운전자가 차량 시동을 걸고서 가속페달을 밟지 않거나 살짝 밟았음에도 차량이 튀어나가는 이른바 '급발진'.

    우리나라에서도 급발진 의심 사고가 잊을만하면 발생하지만 자동차 제조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례는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013년 도요타 자동차의 급발진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도요타는 올해 7월 말 기준 338건의 급발진 소송에 합의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바른과 한국소비자안전학회가 27일 오후 개최하는 'EDR (사고기록장치)을 활용한 사고분석과 도요타 급발진 소송 현황' 등 국제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을 주제로 발표한다.

    하 변호사는 10년간 현대자동차[005380] 상임법률 고문을 맡았고 이후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이사를 지냈다.

    하 변호사에 따르면 도요타는 2007년 오클라호마주에서 일어난 캠리 승용차의 급발진 사건과 관련해 2013년 10월 배심원단이 "피해자들에게 300만달러(31억8천만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리고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산정하려 하자 곧바로 피해자들과 합의했다. 합의금 액수는 비밀에 부쳤다.

    '북아웃 소송'이라 불리는 이 재판은 2007년 9월 진 북아웃이 몰던 캠리승용차가 오클라호마주 고속도로 출구에서 급발진하면서 장벽을 충돌해 운전자는 중상, 동승자 1명은 숨진 사건에서 시작됐다.

    도요타는 북아웃 소송 후 미국 법원에서 배심원 재판 대신 신속 조정절차를 활용해 400여건의 급발진 소송 중 338건에 합의했다.

    토요타가 리콜과 소송 합의금, 벌금 등으로 지급한 금액은 총 40억 달러(4조7천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아웃 소송 당시 소프트웨어 컨설팅업체 바그룹(Barr Group)은 도요타 캠리의 급발진이 엔진스로틀컨트롤시스템(ETCS)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엔진에 공기를 넣도록 조절하는 시스템이 데이터를 읽다 순간적으로 0과 1을 헷갈리는 상태가 생기면 몇가지 소프트웨어 설계상 결함과 결합할 경우 급발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이 경우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시스템은 가속페달을 밟는 것으로 오해해 급발진이 지속된다는 게 바그룹의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급발진 문제 은폐와 관련해 작년 3월 미국 법무부에 벌금 12억달러(1조2천억원)를 내고 기소유예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1천200만대를 리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자동차의 전압변화가 급발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실험 결과도 자동차 관련 단말기·프로그램 개발 업체인 CM네트웍 등이 내놓았다.

    가속페달을 34%만 밟은 상태에서 차량 전압을 떨어뜨리면 스로틀밸브(엔진에 공급되는 공기량 조절장치)가 열려 급가속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자동차 급발진 원인으로는 ▲ 가속페달이 운전석 바닥매트에 눌렸을 때 ▲ 엔진을 제어하는 컴퓨터인 ECU의 납땜불량 ▲ ECU에 외부 전자파 영향 ▲ ECU 재질을 납에서 주석으로 바꿨을때 머리카락 형태 이상물질 발생 ▲ 엔진스로틀 컨트롤시스템 소프트웨어 결함이 논의돼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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