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다른 사람에 비해 뇌에 지방이 많이 쌓여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병원 연구센터(CRCHUM)의 칼 페르난데스 박사는 사망한 치매 환자와 유전조작으로 치매를 발생시킨 쥐의 뇌에서 지방산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축적돼 있음을 발견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27일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06년 독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최초로 치매라는 질병을 발견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 알츠하이머도 사망한 치매 환자의 뇌에서 지방 축적을 발견했지만 복잡한 지질 생화학(lipid biochemistry)의 특성상 외면되거나 잊혀져 버렸을 수 있다는 것이 페르난데스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뇌손상을 수리하는 임무를 띤 뇌의 줄기세포가 어째서 치매에 의한 뇌손상에는 반응하지 않는지를 연구해 오다가 치매 모델 쥐의 뇌 줄기세포 부근에 지방이 쌓여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어 치매로 사망한 환자 9명과 뇌건강이 정상인 사망자 5명의 뇌를 비교분석해보았다.

치매 환자의 뇌에는 건강한 사람의 뇌보다 훨씬 많은 지방입자(fat droplet)가 쌓여 있었다.

이 연구의 화학부분을 담당한 피에르 쇼랑 화학과교수는 첨단 질량분석기술로 이 퇴적된 지방의 정체가 특수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중성지방(triglyceride)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중성지방은 동물의 지방과 식물 기름에도 많이 함유돼 있다.

이 지방산은 뇌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늘어나지만 치매 위험을 높이는 특정 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이러한 과정이 빨라진다고 페르난데스 박사는 설명했다.

쥐는 사람으로 치면 20대 초반에 해당하는 생후 2개월 때부터 뇌에 이 지방산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 지방산의 축적이 치매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거나 치매를 촉진하는 인자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의 연구팀은 이 지방산을 만들어내는 효소를 억제하는 실험 약물이 비만 같은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어서 이를 치매 모델 쥐의 뇌에 주입해 보았다.

그 결과 치매 모델 쥐들은 뇌에 지방산이 쌓이지 않고 뇌 줄기세포의 활동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 줄기세포는 학습, 기억, 뇌세포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페르디난드 박사는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비만, 당뇨병이 말초성 대사질환이듯 치매는 뇌의 대사질환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페르디난드 박사 연구팀은 지방산 생산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 투여가 치매에 의한 기억-학습기능 손상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과학전문지 ‘셀 줄기세포’(Cell Stem Cell) 최신호(8월27일자)에 발표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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