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2분기에 예상보다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미국 기준금리의 ‘9월 인상설’이 다시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최근 중국발 악재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금리 인상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지만 미국 경기 호조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올해 안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신호에 시장에서는 그동안 9월을 유력한 인상 시점으로 생각했다.

시장의 예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이달 들어서다. 중국 주식시장이 폭락을 거듭하고 위안화 전격 절하에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고 세계 경제도 비틀거리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자본 유출 등으로 신흥국 경제에 타격을 줄 요인이다.

중국발 쇼크에 9월 인상설은 힘을 서서히 잃었고 연준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내년으로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블룸버그가 금융시장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다음 달에 미국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28%로 집계돼 지난 7일 설문(54%) 때보다 훨씬 낮아졌다.

금리 인상 시점을 두고 미국 연방준비은행장들의 설왕설래도 이어졌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은 지난 26일 “내 관점에서 볼 때 9월 회동에서 (통화 정책) 정상화를 결정하는 것이 몇 주 전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9월 금리인상’ 가능성에서 한발 물러섰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다 연준은행장은 중국발 경기 불안에도 “통화정책의 정상화, 즉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안 어느 시점에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9월 인상설이 힘을 잃어가는 시점에서 나온 미국 성장률은 인상 시점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간 기준 3.7%로 수정 집계됐다고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예상 성장률은 3.2%였다.

2분기 성장률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감을 내비칠 만큼 호조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발생 10년을 맞아 재난의 현장이었던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 시를 찾은 자리에서 미국이 세계 경제의 “강인함과 안정성의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기 호조로 연준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상보다 강한 미국 2분기 성장률이 연준에 난제를 던져줬다”고 전했다.

미국 경기가 나아졌다는 점에서 인상 근거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부진하다.

9월에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해 가뜩이나 어려운 이들 국가의 경제는 더 휘청거릴 수 있다. 달러 표시 외채가 많은 나라는 금리 인상 후 달러 강세로 빚 부담이 더욱 늘어난다.

이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할 요인들이다.

2013년 6월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세계 금융시장의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이 일어나자 시장에서는 ‘자국 경제만 생각한다’는 미국을 향한 원망의 목소리도 나왔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평가절하 여파가 신흥국을 넘어 선진국 주식시장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는 사실을 목격했다”며 “금리 인상이 12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나리만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긍정적인 GDP 실적보다는 금융 충격에 더 관심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금리를 동결하면 미국 경기가 좋아지는 상황에서 자산시장의 거품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될 만큼 세계 경제를 나쁘게 본다는 연준의 판단이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어 금융시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채권팀장은 “미국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진데다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 심리도 예상보다 빨리 가라앉아 9월에 금리 인상을 안 하면 연준이 지나치게 비둘기적(통화정책 완화)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9월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의 스튜어트 호프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연준이 금융 소요 때문에 금리 인상을 늦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문제는 28일까지 열리는 ‘잭슨홀’ 회동의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 회동은 미국 와이오밍 주 잭슨홀에서 매년 열리는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주최 경제 심포지엄’이다.

옐런 의장은 불참하지만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이 회동을 주도할 계획이어서 미국 금리 추이에 대한 시사가 나올지 주목된다.

각국 중앙은행장들도 잭슨홀 회동에 참석해 미국 금리 인상, 중국발 쇼크 등과 관련한 문제를 두고 의견을 나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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