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계 트램시장 진출한 국내 기술력

▲ 충북 오송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무가선 트램 전용 차량기지에서 곽재호(왼쪽) 무가선트램연구단장이 국내 제1호 신형 노면전차의 운행방식과 궤도 형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트램은 크게 가선과 무가선으로 구분된다. 자체동력 없이 동체와 연결된 외부 고압선을 통해 움직이면 가선형 트램이고, 차량 내부에 배터리를 장착해 운행하면 무가선 트램이다. 세계적 추세는 친환경적이고 도시미관을 고려한 저상노면 경전철(LRT), 즉 ‘무가선 저상트램’으로 변하고 있다. 특징은 차량 바닥면의 저상화로 교통약자, 휠체어, 유모차 등의 승하차가 용이하고 도심의 차도에서도 쉽게 건설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차량 폭이 버스와 유사해 기존 차도 폭을 변경하지 않아도 되며, 초기 건설비가 지하철의 8분의 1, 고가경전철의 2분의 1 정도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트램 기술력은 트램을 구상하려는 도시들에게 사업구상부터 예산소요, 향후 운영 및 관리부분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국내 트램 기술력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현대로템
사업비 363억 투자해 시스템연구
1회 충전으로 25㎞ 운행 기술 개발
시공·제작 분야에서도 경쟁력 갖춰
800억원대 터키 저상트램 수주
울산 ‘고래 트램’도 기대해볼만

◇배터리 방식 1회 충전 세계 최장거리 운행

지난 12일 오후 2시30분 충북 오송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무가선 트램 전용 차량기지. 길이 32m의 무가선 트램(5모듈 1편성)이 시속 50㎞의 속도로 약 1㎞ 구간을 미끄러지듯이 내달렸다. 2012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총 3만4000㎞를 시험 주행했다. 이 트램이 바로 국내에서 개발된 제1호 신형 노면전차 모델이다.

국내 트램은 철도전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과 현대·기아차그룹의 현대로템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2009년부터 36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무가선 트램 시스템연구에 착수, 2012년말 오송에 무가선 트램 전용 시험선을 구축했다. 세계 최대 용량의 전지(160kwh)를 탑재해 한번 충전하면 25㎞ 이상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력은 현재 1회 충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멀리 운행할 수 있는 고용량 배터리시스템 방식이다.

▲ 현대로템은 지난해 터키에서 사상 첫 트램을 수주했다. 사진은 터키 이즈미르시에 공급될 트램의 조감도.

차체 뿐 아니라 친환경, 저진동, 저소음 매립형 궤도 인프라도 확보했다. 트램 운영의 또 다른 핵심 축인 노면선로도 저상트램 궤도 지지슬래브 시공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본체 제작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로템측은 글로벌 수주과정에서의 차별성을 위해 각 도시의 특성에 맞게끔 트램 내외부 모양을 디자인 해주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만약, 울산이 트램을 구상하게 된다면 고래도시인 점을 고려해 ‘고래트램’이 도심 곳곳을 주행하는 모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비록 후발주자지만 현재 중국, 독일의 지멘스, 프랑스의 알스톰, 캐나다의 봄바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세계 철도시장에서 당당히 10위권내에 진입해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8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트램 선진지인 유럽 터키에서 800억원대 규모의 유가선 저상트램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결국, 세계적 친환경 배터리탑재형 무가선 저상트램 기술력은 공사비절감 및 경제성, 유지보수성 향상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나아가 도시 이미지개선, 승객 편의성 확보 등의 운영의 효율성은 물론 초저상 대차 개발기술, 대용량 2차전지 기술 및 제어기술 등 관련산업의 활성화도 유도했다.

철도연은 트램을 도입하려는 지자체의 요구로 2012년에는 여수 엑스포 행사장에, 2013년에는 수원 세계생태교통 홍보장에 무가선 트램을 전시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울산도 고래축제, 장미축제 등에 또 다른 볼거리 차원에서라도 친환경 고효율 에너지 교통수단인 트램을 신기술 교육의 장, 체험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글=이형중기자·사진=임규동기자

곽재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무가선트램 연구단장
“울산, 이미 도시철도 검증받은 도시”

곽재호 단장은 울산은 지난 2005년 신교통수단으로 경전철을 선택하고 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만큼 도시철도에서는 이미 검증을 받은 도시인 점을 강조했다.

­트램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산업전반의 변화를 꼽는다면.

“트램 구축사업 하나로 제동시스템, 대용량 2차 전지개발, 다기능 방송표시기, 고강도 시트 등 산업전반에 신성장동력을 유발시킬 수 있다. 운영분야는 교통공사, 상업분야는 트랜짓 몰로 일자리 창출도 예상된다. 프랑스 니스에 트램이 설치되면서 주변 지가가 16% 정도 상승한 부분을 보면 도시 미관과 가치상승도 기대된다.”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무가선 저상트램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기존의 철도는 선로가 볼록 튀어나와 있어 보행자와 통행 차량의 불편을 초래해왔다. 하지만 무가선 저상트램의 선로는 매립형으로 노면이 평평해 사람이나 차의 평행이동이 용이하다. 다시말해 사람과 철도를 상호 배척하지 않고 접목시켜 주는 철도로 거듭나고 있다. 한정된 도로에서 수송량을 증대시키고 기존 지하철과 버스의 중간 수송수단으로 트램을, 여기다 CO2 배출 0%인 인간중심의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무가선 저상트램을 도입하려는 도시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적용된 사례가 없다. 국내 트램의 전망은.

“기술력 못지 않게 행정력도 중요하다. 시민들에게 이런 최첨단 교통수단을 널리 알리는 게 행정기관의 첫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수원처럼 울산시의 요청이 있다면 오송 시험선의 트램을 옮겨와 울산에 전시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보겠다. 일부 도시의 경우 도시철도 계획안 중 새롭게 3개 노선 정도를 트램으로 바꾸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적 수준에 근접해 있는 기술력에다 행정기관의 적극성이 뒷받침되면 국내 트램은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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