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매장자원과 새로운 뱃길로
세계 각국의 주목받는 북극해항로
울산도 연안개발 등 활용방안 찾아야

▲ 강종열 울산항만공사 사장

지구 온난화 현상은 기후 변화, 기상 이변, 해수면 상승 등 인간에게 여러 가지 재앙과 불편을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북극해의 빙하가 녹음으로써 새로운 항로를 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구상의 대표적 항로인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항로에 이어 북극해를 통과하는 제 3의 항로로 불리는 북극해항로(Northern Sea Route: NSR)가 그것이다.

울산에서 유럽의 로테르담으로 가기 위해 기존의 항로인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면 거리가 2만200㎞, 항해일수가 24일이 소요되는데 비해 베링해와 북극해를 통과하는 북극해항로를 이용하면 거리는 1만2600㎞, 항해일수는 14일이 걸린다. 항로는 약 40%, 항해일수는 약 10일 단축되는 것이다. 연료비 절감을 통한 운임과 운송단가 절감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항만과 해운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북극해항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 우선 북극해 항로는 해빙이 되는 여름철에만 항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기항로를 개설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연안의 변화무쌍한 기상조건과 유빙으로 인한 위험 때문에 해상보험료를 결정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러시아 항만당국의 일관성 없는 항만과 해상교통로 관련 정책은 선박의 항해일수를 예측하기 힘들게 하고, 특히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은 경제성 측면에서 북극해항로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울산항이 북극해항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울산항 물동량 증가의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울산항은 근래들어 울산의 주력산업인 정유·석유화학·자동차·조선 산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물동량이 정체상태에 있으며 앞으로 획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타결하기 위해서는 울산항 스스로가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는 질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울산항만공사는 항만배후단지의 개발, 동북아 오일허브사업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극해항로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다행히 울산항만공사는 울산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유럽까지 항해하는 것보다는 북극해 연안의 자원개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북극해항로의 상업적 이용가능성을 훨씬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북극해연안에는 엄청난 양의 석유가스와 석유 뿐 아니라 금, 은, 석탄, 몰리브덴, 아연, 우라늄, 철, 망간 등 각종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지하자원 개발에 필요한 플랜트 기자재와 지하자원을 운송하는 데는 석유화학, 조선, 해양 플랜트, 액체화물이나 광석 취급 인프라 등에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울산항을 향후 북극해항로의 동북아 전초기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북극해 연안에서 생산된 가스나 석유를 지리적으로 가장 근거리에 있는 울산의 오일허브에서 거래한다면 동북아오일허브의 성공가능성도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울산항만공사는 북극해항로 활성화 시대에 대비해 다양한 전략을 실행 중이다. 2014년 12월 러시아 극동개발부 차관의 울산항 방문을 필두로 지난 1월에는 ‘북극해 및 극동러시아 물류연계 울산항 발전전략 수립’ 연구 용역을 마무리했다. 올 7월부터는 북극해항로를 이용하여 울산항으로 화물을 수입한 화주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영산대학교 북극물류연구소와 MOU를 맺어 북극해 관련 연구와 정보 수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 주최 ‘북극해항로 국제 세미나’를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울산에 유치하여 오는 11월 개최할 예정이다. 북극해 연안개발에 관심이 있는 울산의 많은 기업인들이 이 세미나에 적극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강종열 울산항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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