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벤치마킹 위해 빌바오 찾아
지속가능한 계획과 열린사고에 바탕한
문화·관광 어우러진 생생한 도시 체험

▲ 서동욱 남구청장

요즘 어딜 가도 ‘벤치마킹(bench-marking)’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경쟁 업체의 경영 방식을 면밀히 분석, 경쟁 업체를 따라잡거나 그 같은 전략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벤치마킹이 이뤄지고 있다. 상대의 훌륭함을 배우고 자기혁신을 부단히 추구하기 위해서다.

산업수도 울산을 이끌었던 남구는 지난해 민선5기 출범을 계기로 미래세대에 가능성을 열어주는 ‘안전하고 행복한 남구’를 만드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 특히 남구는 새로운 성장 동력과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하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고 판단되는 만큼 어떠한 일을 추진하든 그 효율성을 높이고 실패요인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더 나은 정책과 방향, 또 올바른 벤치마킹에 대해서도 늘 고민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8월말 다녀온 해외 벤치마킹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고 믿는다.

모든 지자체가 각각 주어진 여건과 현안이 있겠지만 안전, 교육, 문화, 복지, 관광, 성장동력, 생활여건 개선 등 남구 또한 미래를 위한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 중 조만간 장생포와 선암동에 대한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는 점을 고려해 이번 벤치마킹 주제를 ‘도시재생’으로 과감히 선택했다. 남구정책자문단 중 도시공학과 디자인 관련 전문가들로 방문단을 구성했고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끈 스페인 빌바오(Bilbao)를 행선지로 정했다.

빌바오시는 네르비온강을 낀 철광 중심의 산업도시로 인구(35만명)나 산업도시라는 점, 도시재생을 통해 문화관광도시로 부활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구와 많이 닮아 있다.

빌바오는 1983년 100년만의 큰 홍수와 산업 붕괴로 도시재건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네르비온강은 생명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됐고, 철광 산업의 쇠퇴로 시민경제 또한 곤두박질쳤다. 이후 바스크 정부의 노력으로 오염된 강을 정화하고 도시재생사업과 더불어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함으로써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빌바오 효과’를 얻기 위해 세계 각국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도시환경, 문화, 건축 등 빌바오의 도시재생을 바라보는 관점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사실 벤치마킹을 떠나기 전, 개인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둔 부분은 구겐하임미술관이라는 세계적인 건축물이었다. 그러나 이번 벤치마킹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현지 관계자들은 “구겐하임은 장식품일 수는 있지만 케이크 자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문화·관광이 어우러진 살아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조형물 하나의 힘만을 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구겐하임은 일부일 뿐 오늘날의 빌바오가 있기까지는 많은 것들이 함께 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네르비온강이 살아나면서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고 볼거리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이후 해양박물관과 세계적인 미술관까지 들어서게 된 것이다. “하나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말이 모든 것을 대신해줬고 마음 깊이 각인됐다. 겉모양만 볼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들의 개방적이고 열린 사고였다. 또 빌바오의 성공적인 도시재생이 정부와 시민의 공감과 협업이 배경이 된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벤치마킹은 남구가 가진 힘과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가르쳐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지식과 경험은 새로운 힘이 되어 앞으로 어떤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실패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힘이 돼 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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