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반구대암각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방법

▲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내부에 들어가기 전 야외전시장 출입구에는 반구대암각화를 스페인 알타미라 암각화와 같이 중요한 선사시대 유물이라고 설명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반구대암각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수단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제일 중요한 일은 암각화 연구자들의 몫일 것이다. 반구대암각화 발견자인 문명대 교수는 암각화가 발견되고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150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지만 연구가 많이 부족하다고 최근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연구논문을 해외의 제대로 된 관련 분야 학회지에 싣고 국제암각화 관련 학회에 참여하여 반구대암각화의 가치와 중요성을 학문적으로 정리한 논문을 발표하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외국의 암각화 전문가를 우리나라에 초청하여 일반적인 암각화 논문을 발표하게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반구대암각화를 연구하여 논문을 쓰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연구논문 해외 학회지에 싣고
국제암각화 관련 학회에 참여
반구대암각화 가치 널리 알려야
개인·정부·민간단체 해외 홍보
해외엑스포 등 제대로 활용을

지금 이 시간 유럽에서는 암각화 관련 세계적인 학술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먼저 지난달 31일부터 스페인의 카세레스에서는 세계암각화학회(IFRO 2015)가 열리고 있다. 이달 4일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보면 전 세계의 암각화 학자들이 모여 다양한 분야의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세계암각화 학회는 각 국가의 암각화 관련 학회나 기관이 회원으로 참석한다고 한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 암각화 문화유산의 소재지인 이탈리아 발카모니카에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나티 박사가 창설한 발카모니카 심포지엄이 오는 9일부터 3일간 열린다.

▲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내부에 들어가기 전 야외전시장 출입구에는 반구대암각화를 스페인 알타미라 암각화와 같이 중요한 선사시대 유물이라고 설명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프로그램을 보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는 우리의 반구대암각화나 천전리암각화 관련 연구논문 발표는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아직 세계암각화 학회의 회원국도 아니다. 반구대암각화를 세계무대에 내놓기 위해서는 왕성한 국제적 학술활동과 함께 국내의 논문을 영문으로 번역해 출판도 해야 한다. 그나마 최근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보존연구소가 학교예산 지원으로 몇 권을 출간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다음으로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암각화를 세계에 알리는 방법은 개인이나 정부, 또는 민간단체가 해외에 나가서 알리는 방법이다. 이미 20여년 전 반구대포럼 상임대표인 김홍명 울산대 명예교수는 반구대암각화를 소재로 한 미술작품을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 순회 전시를 한 바 있다. 정부도 세계 도처에 있는 문화원을 통해 세계인에게 알릴 수 있다. 자치단체도 자매도시를 통해 알릴 수 있다. 어느 정도 예산이 수반되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인지도를 높이고 관광객을 더 유치할 수 있다면 재정부담은 할만한 규모의 투자다.

좋은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 유럽여행 중 우연히 반구대암각화 조형물이 전시된다는 몇달 전의 뉴스가 생각 나 지난달 말 밀라노엑스포 한국관에 들렀지만 너무나 실망을 하였다. 지난 5월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막된 밀라노엑스포는 세계 3대 축전으로 불리는 세계박람회기구(BIE) 공인 엑스포로, 145개국이 참가해 10월말까지 식량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한식의 세계화를 내건 밀라노엑스포 한국관은 개관 4개월만에 한국관의 누적 방문객이 150만명을 돌파해 순항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한국관 내부에 들어가기 전 야외전시장 출입구에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를 직사각형 평면과 지구본 같은 구(球) 형식으로 표현한 조형물 2점이 선보이고 있다. 사각형으로 된 평면작품은 가로 3m, 세로 6m 크기의 파사드 형식이다. 밀라노엑스포 관계자는 “반구대암각화는 식량의 안정적 확보와 풍요를 기원하는 인류의 염원을 담고 있다. 한국관 입구에 관련 조형물을 세운 것은 선사시대로부터 인간의 삶 속에서 유구하게 이어져 온 먹거리 문화의 근간을 일깨우며 관람객들에게 강한 첫 인상을 심겠다는 복안”이라고 말했고 또 보도된 바 있다.

한국관 입구를 장식할 반구대암각화 조형물은 행사장을 방문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독특한 고래 문양을 대표로 하는 한국 소재의 암각화를 새롭게 알려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조형물을 보면서 실망감과 당혹감이 앞섰다. 잘 알려진대로 반구대암각화는 가로 10m, 세로 3m의 바위면에 새겨져 있다. 이를 가로 3m, 세로 6m 바위로 변형시키고 바위에 표현된 형상도 변형하였다.

더 큰 문제는 색깔이다. 엑스포 개관에 앞서 공개된 반구대암각화 모형은 원형을 완전히 무시한 배치였지만 원형 이미지를 나타내는 회색에 가까운 색깔이었다. 하지만 개관 직전 하얀색으로 변형하여 전시장에 설치되었다. 자연히 흰색의 조형물에서 고래, 사슴, 호랑이 등 동물을 눈앞에서도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관 전체의 색깔인 하얀색과 조화를 갖도록 흰색을 덧칠하였다는 것이다.

보이지도 않는 반구대암각화 조형물 옆에 놓인 해설은 더 가관이다. 스페인의 알타미라 암각화와 같이 중요한 선사시대 유물이라고 설명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지금 전시는 이탈리아에서 열리고 있고 절대다수의 관람객은 이탈리아 사람들이다. 물론 이탈리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명한 발카모니카 암각화가 있다. 더욱이 알타미라 암각화는 동굴속의 암채화다.

▲ 이달희 울산대 공공정책연구소장·정책대학원 교수 반구대포럼 공동대표

반구대암각화를 입구에 왜 세웠고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다. 지구본 모형의 반구대암각화 조형물이 한국관 출입구에 있기 때문에 기념사진을 찍는 포토존 역할을 하는데 몇 사람에게 물어도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시물을 설명하는 리플렛이나 브로슈어 하나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문화상품 코너를 아무리 둘러봐도 반구대암각를 소재로 한 상품 하나 찾을 수가 없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엑스포를 주관하는 기관의 문제만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엑스포 한국관을 관람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누구 한 사람도 위에서 지적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이왕에 반구대암각화가 갖고 있는 의미를 활용하기로 하였다면 제대로 했어야 했다. 아직도 전시회가 2달 남은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이라도 설명자료를 만들어 현장에 비치해야 할 것이다.

이달희 울산대 공공정책연구소장·정책대학원 교수 반구대포럼 공동대표
(반구대포럼·울산대공공정책硏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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