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갑성 사회문화팀 차장

등·하굣길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스쿨존의 존재가치가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바람에 아이들이 여전히 교통사각지대에 방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부실한 안전시설과 운전자 의식 부족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각지대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양산지역의 스쿨존 지정구역은 초등학교 34곳, 유치원 22곳, 어린이집 17곳으로 모두 73곳이다. 이 가운데 과속·신호위반 단속카메라는 동산초 한곳 뿐인 데다 불법 주·정차 단속카메라도 삽량초·오봉초·신기초·덕계초·신주초 등 5곳에 불과하다.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2년부터 최근 3년간 양산지역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17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1년에는 사망사고까지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스쿨존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범칙금과 벌점이 두 배나 되지만 일부 운전자들의 몰지각한 행위는 여전한 실정이다. 등·하굣길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법은 엄격해지고 있지만 교통단속카메라가 거의 없는 학교 일대는 안전사고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어른들의 안전불감증과 불법적인 운전습관은 스쿨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최근 대운초등학교 스쿨존에서 안타까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외상이 심각했던 사고현장 모습에 당사자는 물론 이를 지켜본 학생들까지도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신기초등학교 스쿨존은 비양심적인 택시들로 수년간 몸살을 앓고 있다. 신기초 스쿨존은 민원인 출입이 잦은 삼성동주민센터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구에 위치해 있어 택시들의 불법 주·정차 단골구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학부모들의 요구로 불법 주·정차 단속카메라가 설치, 운영되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카메라 회전방향을 피해 5~10분 정도 정차했다가 승객을 태우고 가는 얌체 택시들이 여전히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양산초등학교 스쿨존은 아예 주차장으로 전락한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스쿨존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는 인도 위에 차량들이 버젓이 주차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예상되는 위험요소를 방치한 채 아이들에게 주의만 강요하고 있는 스쿨존도 상당수다. 대규모 산업단지 진입로에 있는 소토초등학교와 어곡초등학교가 대표적인 위험지역이다. 끊임없이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스쿨존 교통문화. 이제 스쿨존의 존재가치를 살리는데 민·관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스쿨존 지정취지를 살리는 시민의식 고취와 함께 부실한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

국민안전처가 지난해 교통사고가 2건 이상 발생하거나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 다발 스쿨존’ 43곳을 점검한 결과 443건의 시설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안전표지(80건)나 횡단보도·과속방지턱(64건) 미설치 등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가 전체의 84%에 달했다. 지난해 이들 지역에서는 90건의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88명이 다쳤다. 언제까지 반복될 지 걱정이다. g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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