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비경 동감댐이 전국민의 관심 속에 백지화되었는데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곳에암각화가 있는 울산의 반구대와 천전리가 울산시의 무분별한 관광자원화계획으로 망가질 위기에 있다. 대곡천은 동강보다 맑고 깨끗하지는 못하지만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문화유적의 가치는 동강과 비교할 수 없다. 태화강 상류인 대곡천은 한국 문화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있는 곳이다.  두 암각화 외에도 수많은 고분들이 즐비하고 가마터와 쇠부리터, 신라의 천년 고찰터, 조선의 서원, 고려시대 정몽주의 흔적 등 수많은 사람들의 자취 등 각 시대별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거기다가 9천500만년전 아득한 옛날에는 공룡들의 천국으로 골짜기 곳곳에 발자국을 흔적으로 남겨 놓은 우리나라 최대 공룡 유적이기도 하다.  선사인들의 삶의 흔적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이곳 같이 한골짜기에 집중적으로 거대한 암각화에 수많은 그림을 새겼던 곳은 없었다. 양과 질에서 단연 돋보이는 곳이다.  게다가 천혜의 자연경관은 당시나 지금이나 자연의 큰 변화없이 이어지고 있어 더욱 가치로운 곳이다. 유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주위의 자연경관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그 가치는 많이 상실되기 마련이다.  반구대 찾았던 어느 독일 학자는 세계적인 보물을 쓰레기 취급한다고 한탄했고 어느 국문학자는 경주 전체를 주어도 이 반구대와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한다.  그런데 그 반구대가 수천년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울산시는 사연댐과 대곡댐으로 자연환경을 변화시키더니 이제 한 술 더해 "관광자원화"라는 유치한 발상과 안목으로 만신창이가 될 지경에 놓여있다니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울산시가 관람객에게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도로를 넓힌다고 한다. 아무리 바쁜 시대라 하지만 차가 못들어가, 시간이 많이 걸려 못보겠다는 사람에게까지 억지로 보여줄 아량은 베풀지 않아도 된다. 영화나 연극을 보려해도 최소한 몇시간을 걸리는법이다. 하물며 문화유적과 유물을 편하게 볼 수 있다해서 좋아해서야 되겠는가. 감동적인 문화유적들에 대형차가 들어갈 수 있게해서 망친 것이 어디 한두군데이던가.  차타고 편리하게 수십번 간 것보다 단 한번 어렵게 걸어 갔을 때가 기억에 더 남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80년대 초부터 전국의 수십명 답사객들을 안내하면서도 이곳은 반드시 걸어 들어가서 보여준다. 이렇게 한번 갔다온 사람들은 몇년이 지나도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울산시도, 자문회의에서 울산시의 계획에 찬성한 사람도 반구대를 사랑하기 때문에그랬을 것이다. 다만 사랑하는 방법이 문제가 있을 뿐이다. 사랑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자기 혼자만 가슴 조이며 짝사랑하는 것도 있고 상대가 싫어해도 끝까지 괴롭히는 막무가내식 사랑도 있다.  울산시가 진정으로 반구대를 사랑한다면 당장 반구대 공원화계획을 중지해주기를 바란다. 시민들이 알도록 공청회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의 잘못된 사람들의 생각으로 계획을 강행하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며 문화재를 망치는 행위다. 반구대와 천전리 암각화를 올바로 사랑하는 법을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다음 네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천전리와 반구대가 있는 대곡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문화·역사·자연사 종합박물관으로 만들면 세계적인 관광유적지가 될 수 있다. 아니면 울산시립공원으로 지정해도 된다.  둘째, 국도변에 대형주차장을 만들고 사람들은 걸어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소형차운행도 금지하고 주민들도 이주시켜야 한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서는 도로폭에 맞는 마차를 운행하면 된다. 반구대 인근에 있는 모든 음식점도 국도변으로 옮겨야 한다.  셋째, 온 계곡의 유적지를 걸어갈 수 있는 산책로와 징검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기존의 국토순례대행진 같이 팻말만 세워놓고 길은 없는 전시행정은 해서는 안된다. 그대신 입장료를 3천원 이상 받아야 한다. 울산시민은 할인을 해주거나 무료로 해서 애정을 갖도록 유도한다.  넷째, 대형주차장을 만들려고 계획되어 있는 반구교 인근지역에 선사박물관을 지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