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버라이어티 쇼프로그램의 기세에 눌려, 슬그머니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췄던 세태풍자 코미디들이 최근들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표적 프로그램이 MBC가 이번 봄개편때 새로 편성한 〈오늘밤 좋은밤〉(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55분).  이 프로그램은 "알까기"를 제외한 모든 코너에서 사회현실을 은근히 비꼬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마지막 코너인 "총리일기"는 국무총리를 중심 인물로 설정해 그가 벌이는 갖가지 해프닝을 통해 우리 정치판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내용.  지난 21일 방송에서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흥분한 총리가 총리실 내의 일제 사무기기들을 모두 국산으로 바꾸라고 지시하는 등 법석을 떨지만, 정작 일본과의 외교협상에서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문제에대한 우리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한껏 꼬집었다.  영화형식으로 꾸며진 "월요시사회" 역시 풍자적인 성격이 강하다. 21일 방송된 "김원중납치사건"은 납치자작극을 벌이는 대기업 총수 "김원중"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해외에 도피중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연상케 했다.  KBS 2TV에서는 〈시사터치 코미디파일〉(매주 수요일 오후 11시)이 눈길을 끈다.  지난 98년 10월 본격 시사풍자 코미디를 표방하며 출범한 뒤 현직 대통령을 풍자의대상으로 삼는 등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 프로그램은 최근들어 다른 버라이어티 쇼와 별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다가 지난 4월말 단행된 대대적인 코너 개편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현실풍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비 토크"에서는 어린이의 입을 빌어 과다한 혼수요청, 보험사기, 실업문제 등 우리 사회의 그릇된 모습을 꼬집고 "뉴스펀치"에서는 화면합성기법으로 최근의 뉴스를 코믹하게 비틀어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줌인시네마", "삼색인터뷰" 등의 코너에서는 현실을 소재로 한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iTV에서는 〈최양락의 코미디쇼〉(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50분)가 대표적인 세태풍자 프로그램. 특히 "지옥의 묵시록" 코너는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범죄자들이 지옥에 가서 겪는 상황을 코믹하게 엮어 보여주고 있다.  한편 본격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는 SBS도 올 여름께 세태풍자코너를 곁들인 코미디프로그램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방송위원회 선임연구원 이은미 박사는 이러한 세태풍자 코미디의 증가추세에 대해 "풍자 코미디는 사람들이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사회의 여러가지 부조리한 측면을 대신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며 "이런 코미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최근의 정치, 사회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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