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다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상한 음식을 먹어 탈을 일으키는 식중독환자가 늘고 있다.  더운 날씨에는 음식을 상온에다 한나절만 둬도 금세 맛이 간다. 완전히 상한 음식은 버리지만 약간 맛이 변한 음식은 괜찮겠지 싶어서, 또 음식을 버리는게 아까워서 그냥 먹는 일이 종종 있다.  약간 의심스런 음식을 먹고 시간이 좀 지나 배가 아파오고 설사를 하느라 화장실을바삐 오간 경험은 여름이면 한번쯤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봤을 것이다.  이는 공기 중에, 혹은 용변을 보고난 뒤 사람들의 손에 묻어 있던 유해균들이 음식으로 들어가 여름의 고온다습한 날씨가 만들어주는 최적의 생장환경에서 급속도로 번식하게 된 것을 모르고 섭취해 식중독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여름철 식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가운데 대장균, 살모넬라균, 장염비브리오균에 의한 감염이 가장 많다.  대장균은 주로 인분을 통해 감염된다. 그러므로 화장실을 이용하고 난 뒤에는 반드시 깨끗이 손을 씻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칼 도마 등의 주방기기도 깨끗이 씻어 햇볕에 잘 말리는 것이 좋다. 대장균은 열에 약하므로 80℃이상 고열에 가열하면 대부분 없어진다.  살모넬라균은 세균성 식중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한 뒤 12~24시간이 지나면 구토, 복통, 설사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두통, 오한이 뒤따른다. 대개 2~3일 이런 증상이 계속되다가 설사가 멎으면서 자연치유되고 치사율은 1%도 안된다. 이 균의 주 오염원은 쥐다. 재래식 가옥에는 쥐가 아직 많은데 쥐을 잡아 균의 배설과 운반역할을 하는 고리를 끊는 것이 좋다. 또 식품은 냉장함으로써 균의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  초여름에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 장염비브리오식중독이다. 장염비브리오는 콜레라균과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육지에 가까운 바닷물속에 살고 있다. 바닷물속에 있던 이 균은 전갱이, 가자미, 문어, 오징어, 정어리, 삿갓조개, 명주조개 등에 붙어 사람의 체내로 옮아간다.  이 균이 붙은 생선 등을 날것으로 먹으면 11~15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복통, 구역질, 설사, 발열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므로 여름철엔 생선회 등 날것을 멀리하고 조리한뒤 가열해서 먹는 것이 좋다. 드물게는 균이 붙은 생채소를 섭취해 발병하기도 하므로 채소도 물에 잘 씻거나 마지막 헹굼물에 식초를 떨어뜨려 먹는 것이 좋다.  울산대학교 김도하 내과 교수는 "고열이나 심한복통 환자가 아닌 대부분의 식중독환자는 특별한 항생제치료를 하지 않아도 5~7일간 설사를 하고 나면 자연치유된다."며 "설사가 잦으면 탈수·탈진상태가 되므로 속이 불편해도 굶지 말고 보리차나 이온음료 등으로 수분을 보충해주고 소화가 잘되는 죽과 같은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애정기자 love@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