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한국문화예술인총연합회 울산시연합회는 지역 문화부 기자들에게 가장 많은 기삿거리를 제공했던 문화예술기관이다. 그런데 몇년 새 달라졌다. 화수분처럼 퍼주었던 울산예총이 기사 제공처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과거 울산예총 사무실은 지역 문화예술인의 사랑방이었다. 일이 있을 때마다 예총 사무실을 약속장소로 정했다.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일이 끝났다고 금세 일어나지 못했다. 울산예총 사무실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는 ‘일 끝난 뒤 술이나 한잔 하자’는 암묵적인 약속이 포함된 것이다. 예술을 논하는데 밥과 술이 빠져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었다.

‘땟거리’(기사 소재)가 부족한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마감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정작 그 날 지면을 무엇으로 채울 지 갈피조차 못잡을 때가 왕왕 있었다. 그럴 때는 마지막 보루를 찾아가듯 울산예총 사무실로 달려갔다. 울산예총은 무용, 음악, 연극, 연예, 미술, 문학, 국악, 사진, 건축 9개 단위협회의 연합체로, 사무실 안에는 예술가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크고 작은 동인회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지역 문화판의 온갖 정보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기자들은 그 곳에서 기사를 챙기고, 시민참여도를 높여야 할 예총으로서는 홍보처를 구하는 기회를 얻으니, 앙숙같던 기자와 예총 간의 관계도 눈 녹듯이 풀어지며 미운정 고운정이 한데 섞인 ‘끈끈한 관계’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인간적인 냄새가 사라졌다. 울산문예회관 1층에 자리한 울산예총 사무실에는 기자들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날 선 긴장감이 형성된다. 예민한 기자들도 덩달아 멋쩍어진다. 기자실은 울산예총 사무실 바로 옆에 붙어있다. 가장 가까웠던 기자와 예총 간의 거리는 그렇게 천리길이 돼 버렸다.

울산예총은 제18대 회장 선거가 시작되던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바람 잘 날 없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온갖 구설이 뒤따르던 선거는 지난 2월 이희석 전 회장을 상대로 이충호 현 회장이 승리를 하면서 일단락 되는가 싶었는데, 취임까지 마친 현 회장의 부정선거 의혹이 뒤늦게 불거지면서 급기야 법정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직된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사무실을 지키는 사람도, 찾아가는 사람도 모두 불편한 관계가 돼 버린지 오래다.

검찰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예총은 이미 최악의 길을 걷고 있다.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고소한 전임 회장 측이나 남의 명예를 훼손한 일이 없다는 현 회장 측 어느 쪽이 법적으로 우위에 서든 예총을 두 동강 낸 깊은 골은 이미 봉합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버렸다는 이야기다. 울산예총의 각종 사업에 제동을 거는 단위 협회 지회장이 있는가하면 9개 단위 협회 회장 간에도 의견차가 적지 않아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새나온다. 울산예총 한 회원은 싸움이 길어지면 질수록 울산예총 이름만 먹칠하는 꼴이니 이 참에 이쪽도 저쪽도 아닌 새로운 대안으로 난국을 수습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기 시작했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부분이 있어 분명 어느 한 쪽에만 잘못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두 당사자도 그렇지만 전쟁같던 선거전에 편승하여 이익을 챙기려던 일부 회원들, 사태를 수습하기 보다는 오히려 부채질을 해대는 고약한 회원들도 적지 않다. 모두가 질 것이 뻔한 이 싸움이 얼마나 더 곪아야 끝날 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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