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 해외의존도 높아 리스크 상존
신재생에너지가 에너지자립 현실적 대안
정부·기업·시민사회 패러다임 전환 시급

▲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

독일은 일본 원전사고를 계기로 2022년 원전 완전 폐쇄, 2050년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 80% 이상 확대를 선언했다. 미국은 2005년 기준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32% 감축할 계획이다. 이처럼 과감한 목표가 과연 달성될 수 있을까. 궁금증을 갖고 지난 8월 독일과 덴마크의 에너지자립 지역을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지역의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자립은 성공적이다.

주민 800명의 윤대지역은 독일 최초의 바이오에너지 마을로 특화된 곳이다. 2001년부터 ‘미래를 준비하는 마을’로 지정, 지금은 지역의 작물, 축분(쇠똥)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100%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있다. 마을은 자체 소비량 두 배의 전기를 생산하고 잉여전력은 판매한다.

덴마크 중앙에 위치한 삼소섬은 모든 발전(發電)원이 신재생에너지인 탄소배출량 제로의 무공해 섬이다. 전력수요 100%를 풍력, 난방열은 바이오에너지로 충당한다. 여기에 자동차와 농기계 연료까지 바이오연료 사용을 시도 중이다. 주민들이 사업비 대부분을 투자했고 에너지설비를 관광자원화 하고 있다.

이 두 지역의 공통점은 에너지설비가 마을내 위치했다는 것이다. 분뇨처리장, 발전소 등 설비와 주거시설간 거리는 불과 200m 정도다. 생활공간과 에너지설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니 관광객에게도 또 다른 볼거리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추진계획을 논의하고 투자·운영의 전 과정을 결정해 애착심도 남다르다. 잉여 전력과 전력생산 부산물 판매로 부가수익을 거둬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얻었다. 두 지역은 성공적인 에너지자립을 이뤘다.

윤대마을과 같은 성공사례는 독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결과 독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10년 6%에서 2014년 26%로 급증해 제1의 발전원이 됐다. 신재생에너지의 생산원가가 높다는 논란이 있지만 지난해 독일의 대외 전기 수출은 수입보다 많았다. 덴마크의 신재생에너지 전원 비율은 세계 최고다.

신재생에너지는 국제유가변동 리스크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서 에너지자립의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우리의 경우, 화력발전원가 중 연료비가 80% 가량을 차지해 에너지가격변동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으며, 해외의존도가 높아 수급불안 리스크에 상시 노출돼 있다. 또한 배출권거래제 도입 등 탄소배출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자립을 추진 중이다. 건설 투자금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해 지역주민을 주주로 참여시키는 사업모델을 시도했다. 강원도 횡성군의 축분을 활용한 발전설비 건설 등 생활폐기물 자원화 노력도 확대 중이다. 전남 고흥군은 기존 태양광과 풍력설비에 폐목재 원료의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추가 건설해 국내 최초 신재생에너지 100% 에너지 자립을 이룰 계획이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 올해 총 발전설비 중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7.5%, 발전량은 4.5%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규제 완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아울러 에너지 설비 건설과 관련한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보면 아직 에너지설비가 지역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대상인 것도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화석연료 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에너지빈국인 우리로서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은 불가결한 선택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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