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곡천암각화 세계유산 등재...한국·울산에 미치는 영향은

▲ 반구대 전경.

한국이 학술 중심지·정보의 집결지로 격상…국제적 영향력도 상승
울산 입장에선 관광산업·지역경제를 활성화 하는 견인차 역할할 것

우리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비록 자랑스러운 유산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잘 간직하고 알리지 못하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빛내기 어렵다. 아끼는 마음이 있을 때 잘 보존할 수 있는 것이며 자랑스러울 때 이를 알리고자 하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대곡천에 있는 천전리각석과 반구대암각화, 그리고 이 일대의 역사문화환경은 수려한 경관과 함께 독특한 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즉, 고대 인류의 삶과 발자취가 전해져 하나의 신화가 살아 숨을 쉬는 공간이다.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있는 대곡천암각화군을 널리 알리는 방법 중의 하나가 유네스코가 1970년대부터 추진한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는 일이다.

유네스코는 자연재해 및 인간의 개발행위로 인해 사라져가는 인류문화재를 잘 보존하는 것이 인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쟁도 문화재를 파괴하는 큰 요인이다. 현재 시리아 등에서 IS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의도적 파괴행위는 국제사회의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어 유네스코는 여러 국제단체와 함께 문화재 파괴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세계유산은 유네스코가 인류의 소중한 문화 및 자연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1972년 제정한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부동산 유산 중 세계적 탁월한 가치를 지닌 유산에게 부여하는 브랜드이다. 원래 브랜드(brand)는 가축의 소유를 구분하기 위해 찍은 소인(to burn)이지만 점차 명품을 의미하는 대명사로 사용됨에 따라 지역차원에서 국가 및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확실한 브랜드를 발굴하고 이를 전략상품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세계유산은 지역문화를 널리 알리는 대표적인 국제적 브랜드임에 틀림이 없다.

2015년 9월 현재 1031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이중 문화유산은 802점, 자연유산은 197점, 복합유산은 32점이다. 이중 한국의 세계유산은 12점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것은 해당 유산이 어느 특정 국가 또는 민족의 유산을 떠나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유산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세계유산을 보유한 모든 국가들은 그들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킴으로써 국내외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학술 및 관광차원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계유산은 국지적 관심을 입체적 차원으로 극대화하는 연결고리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대곡천암각화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네스코가 내걸고 있는 등재조건에 충족되는지, 미래세대를 위한 인류유산으로 잘 보존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문화 및 자연유산들이 심의과정에서 중도 탈락되었다. 우리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비록 심의 과정에서 탈락된 것은 아니었지만, 설악산과 남해안 공룡발자국 화석지의 신청 경우, 우리 스스로 등재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들 유산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세계유산 심의과정이 날로 까다로워져 이의 준비에 만전을 다해야 한다.

현재 대곡천암각화군은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올라가 있다. 2009년 당시, 한국정부는 대곡천암각화군이 세계유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판단하여 이의 잠정목록 신청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하였고, 2010년 1월10일 대곡천암각화군이 세계유산 잠정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대곡천암각화군은 세계유산으로 가는 첫 번째 과정을 마쳤다고 볼 수 있다. ‘잠정유산’이란 현재 세계유산은 아니지만 준비가 되는대로 정식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유산을 말한다. 따라서 정식으로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세계유산으로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명확하게 제시할 뿐 아니라, 유산가치를 잘 보존할 수 있는 우수한 보존관리체계를 갖춰야 하는 더 높은 험준한 산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유산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만큼 여러 부작용의 여파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과도한 활용계획, 무계획적인 관광전략 등 세계유산의 정치화에 대한 반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계유산등재로 인해 지역사회가 부정적 결과보다는 긍정적 혜택을 더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반구대암각화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면 현재 세계유산으로 올라가 있는 타놈(스웨덴), 발카모니카(이탈리아), 코아(포르투갈), 탐갈리(카자흐스탄) 등과 함께 동아시아의 대표적 선사유적지로 학술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고대사 연구의 변방이 아닌 중심지로서 지적 담론을 이끌어 갈 명분을 축적하게 된다. 고대사 방법론, 발굴 결과 등의 세미나에 이어 지속가능한 발전, 문화관광 등 유산과 관련된 중요 주제에 걸쳐 지식의 발신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 반구대학(學), 반구유산론 등 학술의 중심지, 정보의 집결지로 작용한다면 반구대암각화군의 국제적 영향력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

유산은 지역의 거울이다. 지역문화의 정통성을 함양하고 지키는 대표적 상징이다. 세계유산 반구대암각화는 한국사에서 고인돌과 함께 선사시대의 대표적 유물로 민족정통성의 아이콘일 뿐 아니라 지역의 상징으로 각인될 수 있다. 지역의 화합과 통합, 지역의 긍지로 사랑받을 뿐 아니라 지역을 발전시키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 허권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 전 ICOMOS-KOREA 부위원장

많은 국내외 연구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세계유산은 관광산업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견인차역할을 하고 있다. 베니스, 파리, 비엔나 등의 유럽도시뿐 아니라 페루 마추피추, 한국의 하회마을, 경주역사지구, 백제역사지구 등에서 외지 관광객이 늘어나는 관광효과를 보고 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는 문화와 관광이 서로 상생발전하는 포괄적 전략을 수행한 결과 2014년 외국관광객만 450만명이 찾는 캄보디아의 대표적 수익원으로 발전했다. 공예 및 요식업의 발전, 고용창출효과 등 세계유산 앙코르 와트가 없는 캄보디아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이다. 반구대암각화군의 세계유산등재는 위의 대표적 유산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관광특수를 누릴 것이 분명하다. 경북의 여러 세계유산지역을 연계한 관광상품의 개발, 문화콘텐츠 발굴 등을 통해 사회경제적 효과가 급증되는 순기능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세계유산은 유산의 올바른 보존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주민참여 중심의 보존철학, 경관 중시, 지속가능성 등 역사문화환경을 균형있게 보존, 보호하는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고고유적지는 학자들의 전유물이 될 공산이 많다. 따라서 주민이 참여하는 보존방식, 선사시대 역사를 잘 설명하는 해설방법의 도입, 여러 문화 및 교육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반구대암각화군은 다른 어떤 공간보다도 역사문화와 자연환경이 잘 조화됨으로써 가장 바람직한 탐방지, 힐링의 장소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생태계, 지질학, 식물학 등의 자연과학분야에서의 보존방식뿐 아니라 이 지역의 인문학적 전통과 연구결과가 잘 반영된 보호원칙도 큰 자랑으로 여겨질 수 있다.
 

 

◇세계유산 상징 도안

세계유산협약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는 유산이나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유산, 세계유산협약이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벨기에 예술가 미쉘 올리프(MichelOlyff)가 만든 작품으로 1978년 채택되었다.가운데 사각형은 인간의 기술 및 영감의 결과물을 상징하며, 바깥의 원은 자연을 나타낸다. 사각형과 원은 이어져 있어, 인간이 자연이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표시한다. 도안의 둥근 형태는 세계를 나타내며, 인류가 함께 세계유산을 보호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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