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호 사회문화팀

2002년 대한민국을 붉게 물들게 한 주역 거스 히딩크 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 그가 한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전국 곳곳에 조성한 히딩크 드림필드가 울산에도 있다.

2010년 9월에 전국 다섯번째로 개장한 뒤 이듬해 마련된 개장식에서 히딩크 감독은 “장애인 등 소외된 사람들이 안전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꿈의 구장을 만들고 싶다”며 히딩크 드림필드 조성의 의미를 밝혔다. 그런 의미깊은 꿈의 구장이 지금은 누더기로 변해버렸다. 인조잔디는 패인지 오래고, 골대와 골망 또한 녹슬고, 훼손돼 거의 무용지물인 상태다.

드림필드는 장애인 전용구장으로 장애인 이용자들의 예약이 우선이나, 예약이 없을 시에는 비장애인들의 사용도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비장애인들의 이용도 상당하다. 일부는 풋살 전용화를 신지만 일부는 일반 축구화나 스파이크가 달린 축구화를 신는다. 그렇다보니 풋살장이 망가졌다는 것이 동구청의 입장이다. 실제로 구장에는 이런 부분을 지적하는 현수막을 떡하니 붙여놨다.

그러면서 동구청은 “향후 인조잔디를 교체할 때 잔디 밑에 고무칩을 넣어야 한다. 이럴 경우 스파이크는 신을 수 있게 되겠지만 풋살장 정식 규격에 맞지 않아 풋살대회를 열 수 없게 된다”며 “결국 시민들은 풋살장이 아닌 미니축구장에서 풋살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예산도 더 들어가는 상황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일부 이용자들의 사용에 있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긴 하나 언뜻 시민들에게 경고 아닌 경고를 날리는 멘트로도 비친다.

사실 이곳 히딩크 드림필드의 문제는 패인 잔디에 그치지 않는다. 골키퍼가 골대와 부딪혔을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골대를 감싼 보호 스펀지나 찢어진 골망도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패인 인조잔디를 부분적으로 보수할 수 없었다는 동구청의 말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지만 그동안 이것마저 보수를 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특히 이 구장이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라면 안전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빠른 대처가 필요했다.

히딩크 드림필드가 갈등과 외면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다시 처음 히딩크 감독의 말을 곱씹어 봤으면 한다. 2002년 월드컵을 치러낸 울산시의 자랑스러운 훈장이 아닌가.

김준호 사회문화팀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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