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강 합류부 탐조하기 좋은 곳
시민 관심·정성 황새 머물게 하고
도시상징으로 복원 시키면 멋진일

▲ 배명철 경상일보 고문

울산에 참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인 황새가 태화강을 찾은 것이다. 지난 9일자 경상일보가 멀리 일본 효고(兵庫)현에서 날아온 황새가 태화강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일본에서 방사한 황새가 우리나라에서 발견되기는 김해와 제주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한다.

전국 최대의 백로 서식지로 알려진 태화강에 많은 새들이 있는데 황새 한 마리 발견된 것이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그리 말한다면 서운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부부 황새가 사냥꾼 총에 맞아 수컷이 죽은 뒤 대가 끊어졌고, 1994년 암컷마저 죽은 뒤로 야생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귀한 새이기 때문이다.

바로 얼마전인 지난 3일이다. 우리나라 유일 황새복원기관인 충남 예산의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에서 8마리의 황새를 자연 방사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야생에서 황새가 번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라진 황새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멸종 21년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태화강에 온 황새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난 19일 황새를 찾아 나선 길. 황새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동천강이 태화강과 합류하는 곳에서 명촌교쪽으로 이어진 둔치 갈대밭. 태화강물과 접한 언저리에서 황새는 백로떼와 왜가리, 갈매기들 사이에서 유난히 큰 몸집으로 거닐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찍기에는 너무 먼 거리. 눈으로만 30여분을 관찰하는 동안에도 황새는 반경 100m를 넘지 않는 거리를 오가며 부리를 물에 담가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었다. 이 황새는 지난 9일 울산을 찾은 이후 잠시 부산의 을숙도에도 갔다가 울산으로 되돌아 왔다고 한다. 울산에 아예 자리잡을 생각이 있는 것인가.

30분 이상을 황새를 관찰하는 동안 태화강에는 많은 시민들이 산책하며 오갔지만 황새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시민들의 무관심이 황새를 지켜야 할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울산을 찾은 것이 언제였던지도 알 수 없는 진객(珍客)에게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닌가.

사실 필자는 울산에 학(鶴)이 찾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상 울산을 뜻하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학성(鶴城)’이라는 지명과 울산의 탄생설화라고도 할 수 있는 신라말 계변천신 설화에 두 마리의 학이 등장하듯이, 울산은 ‘학의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대구 경북대 조류생태연구소에서 학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울산이 도시의 상징으로 학을 복원하는 작업에 나선다면 멋진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겨울이면 태화강은 겨울철새인 물새들의 천국으로 바뀐다. 필자는 추운 겨울을 별로 내켜하지는 않지만 태화강 물새들을 맞는다는 설렘에 겨울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황새가 터를 잡고 있는 동천강 합류부 부근은 지금도 많은 물새들이 몰려 있는 곳이며, 겨울이면 다양한 철새들로 탐조(探鳥)를 하기에 전국 어느 곳에 못지않은 좋은 장소다.

800㎞ 대한해협을 건너온 황새가 딴 곳으로 옮겨가지 않고 태화강을 서식지로 잡았다는 것은 참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여타 지역 언론 어디에서도 태화강을 찾은 반가운 황새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있다. 지나친 관심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황새에게 주지 않으려는 정성 때문일까? 하지만 안타깝게 그런 배려는 아닌 것 같다. 태화강을 오가는 많은 시민들이 그렇듯 그냥 무심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무심함이 황새를 일시적으로 지켜줄 지는 모르지만 황새를 우리 곁에 오래 머물게 하는 힘은 시민들의 정성과 관심이다. 그런 정성과 관심이라며 혹여 언젠가는 학이 날아올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울산의 새’ 학을 복원해보려는 일부 의견에 대해 작은 메아리라도 기대하는 마음에는 황새에 대한 무심함이 서운할 수 밖에 없다.

배명철 경상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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