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은 혁신적인 금융상품 개발
소비자는 현명하게 재정안정성 확보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높이길

▲ 한양현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경영지도사

개인 신용등급을 중요한 지표로 삼아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들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사소한 자기관리 부족으로 보증서 발급이 불가능하거나 필요한 자금을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곤 한다. 실질적으로 재정적 관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신용보증서를 발급하려고 하면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에는 시스템적으로 보강할 길이 없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예전 같지 않게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대출이자의 연체나 공과금 및 휴대전화 연체, 카드대금 연체 등이 신속하게 개인 신용등급에 반영되는 시대가 되면서 주거래은행의 계좌에서 자동이체 시점에 잔고 부족으로 인해 연체가 발생하게 되면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용거래 불능자가 돼 있기도 한다. 개개인들이 세심하게 자기관리를 해야 하겠지만 이같은 억울한 금융소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적 상품 개발을 해야 할 시점이다.

영국에서는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고객들을 지원하기 위해 STB(Secure Trust Bank)와 RBS(Royal Bank of Scotland/Nat West)라는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고객이 주 거래계좌 하나를 개설하면 금융기관이 급여 입금 계좌에서 고정적으로 월별 자동 이체되는 금액을 합산하여 관리 처리하는 계좌와 고정비 외의 금액을 또 다른 계좌로 이동시켜 캐시카드 형태로 지출하게 하는 상품이다. 고객들은 사소한 연체관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여유자금의 한도 내에서 비용관리를 해 줌으로써 불필요한 지출 억제와 동시에 소비자 심적회계(Mental Accounting)라는 유인효과까지 발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아주 간단한 금융 서비스 제공으로 STB와 RBS에 가입한 고객들은 평균적으로 부채가 줄어든 반면 저축은 늘어 났고 재정적 자립도가 증가하면서 개인 신용등급 관리가 매우 양호하게 나타났다.

필자는 국내에서도 주 거래 은행을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계좌이동제도가 실행되는 만큼 새로운 페러다임을 적용할 수 있는 전략적 신상품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국내 어느 은행에서도 개인 신용등급 관리에 필요한 전략적 상품은 출현되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금융소비자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다. 금용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따져보는 한편 자사 수익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만 치열한 치킨게임에서 생존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금융 소비자들도 매우 복잡한 고정비용관리를 확실하게 통제하고 이를 통한 지출 가능한 재원 범위 내에서 소비를 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고정비 자동이체시기에 계좌에서 잔고 부족으로 이체가 되지 않아 신용거래 불능자가 된 뒤에 자신보다 훨씬 어려운 사람도 보증서를 발급해 주어서 긴요하게 자금 조달을 했는데 왜 내가 안 되느냐고 하소연 해 보았자 이미 때는 늦었다. 분명한 것은 자기관리 부실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이다. 신용등급 관리 부실은 설사 신용대출이 되더라도 턱도 없이 높은 이자 비용을 감수해야하고 대출 금액도 매우 한정적으로 이루어 질 수밖에 없을뿐더러 본인들의 능력을 금융기관들이 과소평가하는 불이익까지 참아야 하는 고통이 수반된다.

현명한 재정적 안정성 확보를 통한 건전한 소비가 어려운 경제 상황을 돌파해 가는 금융 소비자들의 지혜라면, 금융기관은 혁신적인 금융 상품을 개발하여 많은 저신용자들을 구제함으로써 국민 경제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자사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양현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경영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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