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노사갈등으로 경제위기
노사 상생을 위한 지혜 필요한때

▲ 박영철 울산시의회 의장

추석이 목전에 다가왔다. 모처럼 재래시장에 활력이 넘쳐난다. 물건을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가 조금은 들떠있다. 명절을 맞는 흥분과 설렘이 덤과 정이 가득한 재래시장에 대목이 찾아왔음을 알리고 있다. 기분 좋은 명절의 한편에 어두운 그림자는 여전하다. 얇아진 지갑 때문이다. 월급 오르는 것에 비해 물가 오르는 것이 더 가파르다.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으로 사는 것을 줄이니 파는 사람들의 형편도 나아질리 없다. 재고는 쌓이고, 구색은 갖추어야 하는데 판매는 신통치 않다고 한다. 손해보고 판다는 장사꾼의 거짓말은 더 이상 거짓말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그렇게라도 팔아야 재고도 줄이고, 구색도 갖출 조그만 여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소식을 들으면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비단 재래시장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이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움츠려든 소비가 좀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명절 대목이라는 말도 옛말이 될까 걱정과 우려가 크다. 그래도 울산은 낫지 않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울산 시민들은 알지만 울산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울산은 풍요가 넘치는 도시로 알고 있다. 과거라면 맞는 이야기지만 현재는 틀린 이야기다. 지금 울산은 최악의 국면이다. 이중삼중의 위기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불황의 끝이 어디인지를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차도 팔리고, 배도 팔리고, 기름도 팔리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만들고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과 결과가 어쩔 수 없는 궁여지책처럼 여겨지고 있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도 모자라는 판국에 산업현장은 극심한 갈등과 대립의 전선이 넓고 깊게 퍼져 있다. 서로 양보하지 않으니 타협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대형 사업장의 노사분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솔로몬의 지혜가 발휘되길 염원하고 있지만 그와 같은 바람은 외면받고 있다. 외국의 기업들은 노사가 손을 맞잡고 위기국면을 돌파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외신을 타고 전해지는 외국기업들의 소식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지경이다.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현재의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모든 재앙의 근원은 탐욕이라고 했다.

주변은 아랑곳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이기심이야말로 탐욕을 키우는 숙주다. 그 숙주로 인해 궁극적으로 자신은 물론 이웃의 삶을 망가뜨리는 부메랑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공동체 붕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며, 경제적 빈곤으로 복지망과 안전망이 함께 파괴될 수도 있다. 이미 그 위험한 반경에 들어서 있다. 더 들어가면 늪에 빠진 것처럼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릴 것이며,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산업현장 뿐만 아니라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 곳곳에 이 같은 현상이 독버섯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양보와 타협이라는 최상의 카드를 버린 채, 이참에 상대를 철저하게 굴복시키고, 끝장을 보겠다는 벼랑끝 전술만이 난무하고 있다. 벼랑끝 전술이 묘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묘수가 거듭되면 승부에서 진다는 바둑 격언이 있다. 반복되는 벼랑끝 전술은 절대로 묘수가 될 수 없다. 버림으로써 얻는 지혜가 필요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다. 어떤 분은 추석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추석은 재회와 화해의 시기이고, 결실과 대비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그렇다. 논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계절과 계절을 거쳐 수확의 시기에 추석이 자리잡고 있는 의미를 한번쯤 깊이 생각해본다면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손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갈등과 대립이 추석 전에 마무리되길 바라며, 조금은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를 풍성하게 보낼 수 있길 기대한다.

박영철 울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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