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사회문화팀

지난 7월부터 2주에 한 번씩 ‘부자’들을 만나고 있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 기부를 한 ‘나눔의 부자’들이다.

특히 아너소사이어티(5년 동안 1억원 기부 약정)로 가입해 자신들이 내기로 한 1억원을 완납한 회원들을 만나고 있다. 마음먹기도 쉽지 않은데, 그 약속을 지킨 사람들이 궁금했다.

지금까지 만난 7명은 대부분 자신이 얼마나 기부를 했는지 세어보지도 않는 열혈 기부자들이었다. 또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 성장한 것은 ‘자신이 잘해서’가 아니라 ‘울산시민들이 도와줘서다’고 말했다. 서로 답을 맞춘 것도 아닐텐데 그들은 신기할만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기부를 하면서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그런 가슴속의 감정이 기부를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도 했다.

인상깊었던 것은 최근에 만난 삼두종합기술(주) 최영수 대표이사와의 만남이었다. 최 대표와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그의 막내아들이 수년째 한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놀랍게도 그 아이는 필자가 몇년전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며 기사를 쓴 아동이었다. 그 아이는 ‘로봇영재’였는데,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어려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 대표는 “그때 경상일보 1면에 난 기사를 보고 후원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지금까지 아들과 함께 매달 일정금액을 보내고 있다”며 “나눔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게 된다니 신기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와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뒤 기부자들이 느끼는 ‘기쁨과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됐다. 직접 기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피어났다. “누군가를 도왔는데, 그가 나를 보며 웃어줄 때 내가 사는 이유를 느낀다”는 여왕그룹 이광주 회장의 말도 떠올랐다.

아쉬운 것은 지난 1월 이후 9개월이 넘도록 울산에서 아너소사이어티가 탄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찬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울산에서 나눔의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개인기부자들이 많이 생겨나 울산이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한 도시가 되길 바란다.

김은정 사회문화팀 new@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