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현재까지 울산지역에서 알려진 성곽의 수는 30개소 정도에 이른다. 단위면적당 분포수로 보면 전국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울산을 ‘성곽도시’라 말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성곽의 숫자가 많다는 것만으로 울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예를 들어 안동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 하는데, 그것은 유교 문화재가 어느 고장보다 많고 다양할 뿐 아니라 의례와 민속 등 관련 전통문화가 함께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잘 갖추어져 있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울산도 성곽이라는 우수한 문화유산을 지닌 ‘성곽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성곽 속에 내재된 특성과 가치를 고양시킬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성곽도시 울산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울산지역 성곽에 관한 특별 기획 시리즈를 격주로 11면에 게재한다.

봉우리를 감싼 산성부터
장성·진성·마성·왜성까지
대부분 형태 남아있으며
성곽의 축조 시기도
고대~조선 다양하게 분포
깃발 따라온 병영이야기 등
성곽에 얽힌 이야기도 많아
문화관광자원화 서둘러야

울산지역 성곽의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울산과 언양에 치소(治所)로 만들어졌던 울산읍성과 언양읍성을 비롯해 신흥산성이나 문수산성처럼 봉우리와 골짜기를 감싼 산성들, 722년 신라를 방어하기 위해 울산과 경주의 경계에 쌓았던 장성(長城) 형태의 관문성, 왜적으로부터 경상도와 동해를 방어하기 위해 세운 병영성과 수영성(개운포성), 조선 최초의 석보(石堡)인 유포석보, 바다의 적을 막아내기 위해 울산의 해안에 쌓은 수군들의 진성(鎭城), 말과 여러 가축을 기르기 위해 쌓은 마성(馬城),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시기에 일본군들이 쌓은 왜성(倭城) 등 모든 종류의 성곽이 남아있다.

다음으로 울산의 성곽은 쌓은 시기가 어느 특정시대에 치우치지 않고 고대에서부터 조선시대까지 골고루 분포하고 있어 각각의 시대상을 잘 보여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관문성에서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각국의 석축기술을 집약해 쌓은 것을 볼 수 있고, 문수산성과 언양 천전리성에서는 신라가 처음 쌓은 성곽을 조선시대에 수축한 흔적이 남아있다. 또한 계변성(학성)에서는 신라하대 흙으로 쌓았던 성을 고려시대에 들어와 지속적으로 보수하였고, 고려말에 일부 돌로 고쳐 쌓은 시대적 변화상도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울산의 성곽은 성벽이라는 물리적 특징뿐만 아니라, 생생한 이야기들이 잘 엮여 있다. 병영성은 신흥산성(기박산성)을 쌓던 중 깃발이 날아간 일을 계기로 지금의 위치로 옮겨오게 되었기 때문에 ‘깃발 따라 온 병영’이라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언양 천전리성은 임진왜란 때, 장정들이 전투에 참가하여 모두 목숨을 잃는 바람에 여인네들만 남아 ‘과부성’이라는 별칭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 성곽은 개인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크게는 국가가 관여하고 작게는 지역민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결집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곽을 통해 선조들의 뛰어난 기술과 슬기로운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곽에 대한 소개는 대부분 성벽의 구조와 특징을 살펴보는 것에 한정돼 왔다. 성곽은 병마(육군) 또는 수군(해군), 읍(邑) 등의 주체가 무엇을 주목적으로 운영해 왔는가에 따라 입지, 형태, 구조가 달라지며, 각 주체들이 사용하던 건물의 구성과 형태까지 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 더불어 외적 등 대외 세력과의 관계 속에서 성곽의 위치와 규모, 성격 등을 달리하였기에 하나의 성곽을 살펴보는 것은 울산의 지역사는 물론 우리나라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된다.

▲ 이창업 울산광역시 문화재위원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울산에서는 대대적인 전투가 벌어졌으며, 그 주무대는 성곽이었다. 오늘날 학성공원으로 부르고 있는 도산성(울산왜성)에서의 전투는 동북아시아 3국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전을 펼친 곳으로 전투의 규모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성곽은 당시 선조들의 삶과 특정 지역의 역사적 상황이 잘 녹아들어가 있는 문화의 용광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울산의 성곽은 그 수가 많은 것은 기본이요, 다양한 유형이 시대별 특성을 잘 보여주며, 그 속에는 지역민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 된다. 이처럼 성곽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특성을 간직한 보배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성곽의 박물관, 성곽의 표본실이라고 할 수 있고, ‘성곽도시, 울산’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듯이 울산은 성곽이라는 뛰어난 역사문화자산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만큼 그 가치를 찾고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몇 편의 글을 통해 울산성곽의 의미와 가치를 살펴보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시민들의 관심이 보다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창업 울산광역시 문화재위원

■ 울산의 성곽
연번 명칭 위치 문화재지정 비고
1 울산 경상좌도병영성 중구 동동, 서동, 남외동 일원 사적 제320호 영성·진성
2 울주 언양읍성 울주군 언양읍 동부리, 서부리일원 사적 제153호 읍성
3 관문성 북구 천곡·달천동 일원, 울주군 범서읍 척과리 일원 사적 제48호 장성
4 개운포성 남구 성암동 308번지 일원 기념물 제6호 영성·진성
5 서생포만호진성 울주군 서생면 화정리 산68번지 일원 기념물 제35호 진성
6 울산왜성 중구 학성공원3길 54 문화재자료 제7호 왜성
7 서생포왜성 울주군 서생면 서생리 711번지 일원 문화재자료 제8호 왜성
8 유포석보 북구 동해안로 1455-6 문화재자료 제17호 석보
9 남목마성 동구 동부동 산197-1번지 일원 문화재자료 제18호 마성
10 언양 천전리성 울주군 상북면 명촌리 산72-1번지 일원 기념물 제19호 산성
11 문수산성 울주군 범서읍 천상리 산153번지 일원 기념물 제34호 산성
12 운화리성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산159-6번지 일원 문화재자료 제14호 산성
13 비옥산성 울주군 온산읍 덕신리 산294번지 일원 문화재자료 제15호 산성
14 신흥산성(기박산성) 북구 중산동 산11번지 일원 사적 제48호 산성
15 단조성 울주군 삼남면 방기리 산52번지 일원 비지정 산성
16 숙마성 울주군 서생면 화정리 산96번지 일원 비지정 마성
17 반구동토성지 중구 반구동 290번지 일원 비지정 기타
18 계변성(학성), 고읍성 중구 학성동 387-6번지 일원 비지정 읍성
19 울산읍성지 중구 중앙동, 북정동, 복산동 일원 비지정 읍성
20 염포만호진성지 북구 염포동 522번지 일원 비지정 진성
21 방어진산성 동구 전하동 산148번지 일원 비지정 산성
22 은월봉성지 남구 신정동 산100번지 일원 비지정 산성
23 함월산성지 남구 선암동 산170번지 일원 비지정 산성
24 다개리산성지 울주군 언양읍 다개리 산143번지 일원 비지정 산성
25 효문동산성 북구 효문동 989번지 일원 비지정 산성
26 구영리산성지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산202-1번지 일원 비지정 산성
27 화산리성지 울주군 온산읍 화산리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비지정 산성
28 중산동산성지 북구 중산동 일원 비지정 산성
29 만화리산성지 울주군 두동면 만화리 비지정 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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