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귀촌가구 모여사는 금곡마을
IMF 외환위기 이후로...젊은 사람들 마을로 유입
원주민·외지인 어우러져...2007년 체험마을 조합 만들어
공예·전통음식·생태체험 등...관광객 모으는 아이템으로

▲ 귀촌 가구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해 염색, 전통공예 등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울주군 삼동면 금곡마을 선찬원씨.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에 위치한 금곡마을은 원주민보다 귀촌인들이 더 많이 모여 살고 있는 ‘귀촌마을’이다. 현재 마을 100여 가구 중 60여가구가 귀촌가구로 이루어져 있다.

일부 귀촌인들이 지역 원주민과의 갈등으로 떠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금곡마을은 귀촌인들과 원주민이 함께 체험사업을 진행하는 등 전국에서도 가장 성공한 귀촌마을로 손꼽히는 곳이다. 마을 인심이 좋고 살기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지금도 귀촌가구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모여들어

8일 금곡마을에서 만난 선찬원(57)씨는 체험휴양마을 영농조합(대표 선종렬)의 사무장을 맡고 있다. 선씨는 금곡마을의 귀촌 1세대로 지난 1996년 경기도 여주에서 귀촌을 했다. 당시 여주에서 도자기 공장을 운영하던 선씨는 청소년 수련관이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해 고향인 울산에서 관련 사업을 하고자 내려왔다.

선씨는 “당시에 청소년 수련관이 막 생겨날 무렵이었다. 이 아이템이 괜찮은 것 같아 고향에서도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한 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귀향이자 귀촌을 하게 됐다”며 “그때만 해도 마을에는 원주민들만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선씨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귀촌인들이 들어오게 된 것은 지난 1990년대말 우리나라가 IMF 금융위기를 겪고 난 이후다. 2001년도부터 사업에 실패하거나 회사에서 퇴직한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금곡마을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선씨는 “우리 마을의 어르신들은 모두 개방적이라 타지인이 들어와도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챙겨주었다”며 “그렇게 귀촌가구가 모이기 시작해 2007년 체험마을 영농조합을 결성할 당시 7가구였던 귀촌가구가 지금은 10배 가량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민과 귀촌인이 함께 체험사업 운영

금곡마을은 지난 2007년 정부로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선씨가 주도적으로 나서 기존 원주민 26가구, 귀촌인 7가구 등 33가구를 모아 영농조합을 설립했다. 원주민들은 직접 농사지은 농작물을 제공하고 귀촌인들은 체험 프로그램과 전반적인 체험마을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선씨는 “처음 귀촌가구가 들어왔을 때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아니라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 상태였다”며 “기존에 진행했던 청소년 교육 등을 연계해 체험마을 운영을 제안했고, 당시 마을의 50가구 중 절반 이상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체험마을 사업을 계획한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귀촌가구들 중 각자 전문분야 및 관심분야를 특화시켜 프로그램을 맡게 된 것이다. 도자기 제작을 하던 선씨는 도자기 공예를, 음식 솜씨가 뛰어난 귀촌인은 전통 음식 만들기, 숲과 식물에 해박한 귀촌인은 숲 생태 체험 등을 담당하게 됐다.

현재 금곡 체험휴양마을에는 도자기 공예부터 짚 공예, 전통음식 만들기, 염색, 생태체험, 계절별 농사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매년 1만명 이상의 체험객이 찾는 곳으로 거듭났다.

선씨는 “시골마을에 젊은 귀촌인들이 들어오면서 활기도 띄게 되고 마을도 더욱 발전하게 됐다”며 “울산에서 처음으로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는 등 마을주민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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