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결혼 후 8년을 쉬었다가 지금의 회사에 재입사했다. 근무조건은 달랐다. 1주일에 딱 한 면, 출퇴근 없이 약속된 요일에 꼬박꼬박 원고만 발송했다. 일이 적으니 급여는 당연히 낮았다. 기사에는 ‘주부 리포터’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이후 ‘객원기자’를 거쳐 정규직 ‘기자’가 되기까지는 3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재입사 초기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단어가 하나 있다. ‘경력단절주부’. 요즘이야 신문·방송에서 매일 보고 듣는 단어가 됐지만 10여년 전만해도 재취업을 원하는 전업주부를 무슨 결함이라도 가진 사람처럼 여기는 듯 싶어 관련기사를 쓸 때마다 에둘러 다른 말을 썼던 것 같다.

수없이 만난 당시 경력단절주부들은 비슷한 경험 탓인지 하나같이 재취업에 대한 생각이 비슷했다. 결혼과 출산으로 일을 놓았다 재취업에 성공한 모 여행사 7년차 상담팀장 A씨. 업무 내용을 숙달하기까지 초기 3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해야할 지 말아야 할 지 갈등이 많았지만 다년간의 경험으로 ‘고진감래’가 진리임을 깨달았다.

B씨는 문화센터와 집에서 성인강좌와 아이들 수업을 병행하는 글짓기 교사였다. 아들에게 독서 및 글짓기 수업을 해주려고 자격증을 땄는데 창업의 기회까지 얻은 것이다. 그는 현실적인 이익 때문에 원래의 목표를 잃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수업을 늘리는 대신 꾸준히 공부해서 NIE, 영어독서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더니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경력에 더 큰 도움이 됐다고 들려줬다.

초등학교 교사인 C씨도 마찬가지. 40대 이후에 다시 교단에 선 늦깎이로, 근무연수가 모자라 승진 기회는 갖지 못하지만 전업주부로 보낸 10년 세월이 꼭 나빴던 건 아니다. 아이의 어린 시절을 함께 했다는 뿌듯함이 남다르다. 학부모로서의 바람이나 입장이 몸에 배어 교직생활의 방향을 잡는데도 어려움이 없다. 그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할 때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취업을 위한 워밍업 포인트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요약을 하자면 계약직이나 틈새시장을 마다하지말고 결혼전 경력에 연연하는 것도 금물이다. 한마디로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이다. 재취업을 해도 가정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이유는 자녀교육이나 부부문제에 있으니 가족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들어 추가된 포인트가 있다면 바로 취업교육기관을 적극 활용하라는 점이다. 요즘들어 여성인력개발센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의 무료강좌와 지자체의 지원이 적지않다. 내용 또한 천편일률적이던 예전과 많이 다르다. 지난 3월 개원한 여성가족개발원의 창조여성인재발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40대는 보통이다. 요즘은 50대 혹은 60대 여성들도 이력서를 쓴다. 각기 다른 사연과 상황의 경력단절 기간을 보냈겠지만 재취업 앞에서는 성공전략이 따로 있지 않다.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나갈 수 밖에.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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