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환 사회문화팀

지난 8일 오후 6시3분께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태광산업 정문 앞 인도에서 흰색 가스가 걷잡을 수 없이 뿜어져 나왔다. 시민의 신고가 119종합상황실에 잇따라 접수됐다. 곧바로 소방과 경찰, 울산시,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한국가스안전공사가 현장에 출동했지만 이들 기관은 우왕좌왕, 2시간이 지나도록 누출물질이 무엇인지, 배관 소유업체가 어디인지 등 기본적인 사안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그동안 가스는 끊임없이 누출됐다.

사고는 한국전력공사 남부건설단에서 발주한 전선지중화사업 중 굴삭기가 직경 100㎜ 가스배관을 파손한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 원인을 떠나 진짜 문제는 2시간이 넘게 가스 유출을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행히 유출된 가스의 종류가 비독성인 수소로 확인됐지만 만약 인체에 유해한 가스였다면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관계기관들은 사고와 관련해 “사고가 난 지하에는 십수개의 각종 가스배관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콘크리트가 이들 배관을 둘러싸 파손된 배관을 신속히 찾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한폭탄과 같은 국가산단의 배관 관리가 여전히 허술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해명이다.

국가산단 내에서의 도로·배관 공사로 배관이 파손돼 가스가 유출되는 사고는 잊을 만하면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온산공단 온산항사거리에서 고려아연의 스팀배관을 설치하던 시공사가 지하 2m에 매설돼 있던 직경 20㎝의 화학물질 이송 배관을 파손해 자이렌 혼합물 3만ℓ가 유출, 주변 토양과 바다가 오염되기도 했다.

석유화학공단만 보더라도 위험물질 지하배관망의 규모는 엄청나다. 태광산업, 고려아연 등 43개 업체가 매설한 배관만 1079㎞나 된다. 화학관이 499㎞로 가장 많고, 가스관 352㎞, 송유관 114㎞, 상수관 82㎞, 전력관(배전)17㎞, 송전관 13㎞, 통신관 0.25㎞ 등이 있다. 또 8개 유관기관에서 관리하는 관로는 총 3725㎞로 한국석유공사의 송유관 13㎞, 가스관 14㎞가 있으며 한국가스공사의 가스관이 62㎞ 매설돼 있다. 여기에다 한국 수자원공사의 공업용수관 235㎞, 한국전력공사 송전전력관 7㎞ 및 배전전력관 467㎞, 경동도시가스 가스관 1566㎞, LG유플러스 통신관 48㎞, KT 통신관 1274㎞, SK브로드밴드 통신관 33㎞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던 정부의 공언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최창환 사회문화팀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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