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음식·인물 등 살피면서 심미안 키우고 상상력 확대시켜”

▲ 12일 CK아트홀에서 열린 제5기 비즈니스컬처스쿨에서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그림 속 음식, 맛있는 그림’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12일 남구 달동 CK아트홀에서 열린 제5기 비즈니스컬처스쿨(BCS) 제16강은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의 강연 ‘그림 속 음식, 맛있는 그림’으로 진행됐다.

요즘은 맛있는 음식과 이를 조리하는 셰프가 큰 관심을 받고있다. 공중파, 종편,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채널을 돌릴 때마다 음식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이 나온다. 음식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이처럼 높았던 적이 있었을까 싶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맛 자체를 향한 관심이라기보다 요리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에 더 열광한다.

이주은 교수는 이날 또 다른 방식으로 음식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그는 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미술품 중 음식을 소재로 한 수십여 장의 명작들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이 날 강연은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미식가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달리의 그림에는 음식 재료가 자주 등장한다. ‘굶을지언정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다’는 말을 남긴 화가답다. 그의 그림에는 유난히 달걀이 자주 등장한다. 서양의 부활절에 주고받는 달걀은 ‘새로 태어난 삶’을 뜻한다.

달리의 작품 ‘나르시스의 변신’에는 나르시스가 되어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이 나온다. 연못에 비친 자신을 슬프게 바라보는 남자, 그 옆에는 그 남자의 신체와 꼭 닮은 형상으로 또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 바로 달걀을 쥔 손가락이다. 달걀의 껍데기를 깨고 수선화가 피어 있다. 이 교수는 “타인을 사랑할 수 없었던 외로운 나르시스의 영혼이 수선화로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식을 테마로 한 서양미술 중 1496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만큼 자주 언급되는 작품도 없다. 예수와 열 두 제자가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은 우리의 밥과 국처럼 서양인에게 가장 일상적인 빵과 포도주다. 그 밖에 식탁에 오른 음식은 무엇일까. 가장 서민적인 청어를 구운 것과 같은 생선요리다. 열 두 제자 중 일곱명이 어부이기도 했지만 생선은 그 당시 가장 흔히 먹던 음식인 동시에 망자를 기리는 추모의 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이처럼 작가들은 작품 속 음식을 통해 시대적 상징, 역사적 진실 등을 표현했다”면서 “음식과 조리 도구,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나 관련된 인물을 살피는 일은 심미안을 키우는 동시에 감각을 통한 사고력, 상상력을 확장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이주은 교수는 서울대, 덴버대·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로는 <그림에 마음을 놓다> <다, 그림이다> <엄마의 명화편지> <미감-지친 나를 일으키는 행복에너지>가 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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