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기자 사회문화팀

지역의 한 예술단체 행사와 축하공연이 있던 날이었다. 대공연장에서 진행된 행사에 꽤 많은 관객이 모였다. 며칠전에 봤던 공연의 재탕일지라도 어르신들이 앉은 객석에서는 “아까도 잘하드만 이건 더 잘하네” “아따 잘한다” 등 칭찬이 연신 흘러 나왔다. 그렇게 화목했던 공연은 두시간여만에 막을 내렸고, 공연장 앞에는 대형 버스 네대가 대기했다. 객석을 가득 메웠던 어르신과 학생들이 줄지어 버스에 탑승했다.

관객 동원일까. 어르신들의 문화 향유를 위한 배려일까. 지역문예계의 관객동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주요 행사나 공연이 있을 때면 버스로 관객을 실어 나른다. 관객동원의 힘 또한 공연 주최측의 역량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공연의 내실을 갖춰 관객을 끌어 모은 것이 아니라 개인적 인맥을 활용하거나 협약 등을 맺어 학생들의 단체관람을 유도한 것을 심지어 자랑스럽게 떠벌리기도 한다. 매번 동원되는 공무원들도 곤욕이다. 공연도 봐야 하고, 축제장에 얼굴도 내밀어야 한다.

이달 초에 열린 지역축제 학술제에서는 주최측 직원이 참관자에게 “동원?”이라는 두 글자 질문을 했다. 기자와 다른 참가자들도 지켜보는 앞에서 ‘당신 학술제에 동원돼 온 것이냐’고 질문을 한 것이다. ‘동원’이 너무 당연한 글자가 돼 버렸다.

행사를 열고,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그 공간을 어떻게든 채우려 한다. 관객을 동원시켜 자리를 채우고, 총 참가자 집계시에 다시 한 번 ‘뻥튀기’까지 한다. 울산에서 열리는 축제는 30만명을 넘지 않으면 실패한 축제가 된다고 한다. 여기다 매년 관객 수는 증가추세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뻥튀기는 해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

뻥튀기 관객은 일일이 세어보지 않고서는 확인할 수 없으니 대놓고 문제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노인들의 문화 향유권도 존중해야 할 중요한 권리여서 동원관객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매번 이렇게 ‘동원 관객’과 ‘뻥튀기 관객’에만 의존하다 보면 그게 병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콘텐츠의 힘만으로는 일어설 수 없는 앉은뱅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석현주 기자 사회문화팀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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