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수도 발전에 큰 영향 미친 아산
가공 여부 따라 무한한 자산 될 수도
민관 손잡고 울산의 브랜드로 활용을

▲ 추성태 정치경제팀장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을 지나가다 보면 공장벽에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길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되는 길이다’는 글귀가 쓰여있다. 고 아산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생전에 애용하던 표어다. 그가 세운 공장곳곳에 걸어놓고 모든 이들이 잊지않도록 했다. 외국에 가면 ‘기업인이 애국자’라는 말이 있지만 국내에서 기업을 하면서 이만한 애국심을 갖기란 쉽지않다. 범현대그룹 창업자이자 선각자다운 국가경제발전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그의 흔적이자 자취다.

11월25일은 아산(1915~2001)이 탄생한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주지하듯 정주영과 울산은 불가분의 관계다. 울산에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유수의 기업을 세웠고 초등학교밖에 안나왔지만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병원을 세웠다. 그의 뜻에 따라 기업은 한마음회관과 현대예술관 등 문화공간을 만들었고, 대학은 그의 사후 ‘정주영학’을 개설해 그의 기업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울산과 현대는 과거에도 같이 성장했고 앞으로도 생사고락을 같이해야 한다. 울산과 현대의 연결고리 중심에 아산이 있다. 울산이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성장하는데 아산만큼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있을까.

그런데 울산은 아산에 너무 인색하다. 아산은 울산에 많은 것을 주었지만 울산은 아산에게 돌려준 것이 없다. 특정기업의 창업자로만 치부해서인지, 대척점에 있는 노조의 눈치를 봤기 때문인지 지금까지 울산은 아산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 흔한 동상이나 기념관하나 시 차원에서 만들어진게 없다. 아산의 수혜는 현대는 물론 울산과 지역사회 모두가 받았지만 보답은 손놓고 있다. 심지어 ‘탄생 100년’이라는 특별한 해인 올해조차 아산을 기억하고 조명하는 어떤 행정도 정책도 없다.

지역(local)마케팅 가운데 ‘셀렙마케팅(celeb marketing)’이라는 용어가 있다. 유명인(celebrity)과 마케팅(marketing) 합성어로 국내외에서 보편화된 도시마케팅 수단이다. 굳이 고향이 아니라도 유명인의 발자취와 작품배경, 집필장소 등의 흔적을 생가, 기념관, 문학관, 축제 등 다양한 형태로 마케팅하는 것이다. 국내만해도 봉평 이효석, 춘천 김유정, 통영 윤이상, 화천 이외수, 하동 원주 박경리, 청도 전유성, 울릉도 이장희 등 헤아릴 수없이 많다. 울산이 최현배, 오영수, 서덕출, 박상진을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물은 도시를 브랜드화하는데 핵심요소다. 늦기전에 울산의 인물군에 아산을 넣자. 울산은 아산의 연고권을 가질 자격이 있다. 북한 통천 출신인 아산이 대한민국 어느 도시에 이처럼 많은 영향과 기여를 한곳이 있는가. 경기 양평은 ‘소녀는 양평으로 떠나갔다’는 소설 소나기의 한 대목에 착안해 북한이 고향인 황순원을 마케팅해 문학촌을 짓고 문학제를 연다.

무엇보다 아산의 스토리텔링은 산업수도 울산의 무한한 자산이 될수있다. 빈농에서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18세때 소 판 대금 70원을 갖고 서울로 와 세계굴지의 기업을 일군 자수성가형 기업인, 무에서 유를 창조한 불도저식 개척정신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허허벌판 모래사장에서 500원짜리 지폐 한장으로 대형유조선을 수주한 사건 등 그의 인생역정은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궤를 같이한다. 그의 스토리텔링은 울산에 특화된 산업관광과 연계하는 것도 좋고 경제가 특히 어려운 이때 아산을 추억하는 일은 더 의미가 있다. 울산의 정체성과 품격을 높이는데 이만한 인물이 없다. 이런 그를 울산의 브랜드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울산의 중대과실이 아닌가.

추성태 정치경제팀장 ch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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