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상이나 실태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비하는데 통계는 더없이 유용한 도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나 현상을 일목요연하게 계량화함으로써 우리는 현재의 좌표를가늠하고 과거와 미래를 짚어보기도 한다.  이처럼 유용한 통계가 제대로 활용되고 신뢰도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준의 객관성과 대상을 구체화하고 종합적인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계량화하는 기준이나 분석방법에 따라 통계는 때때로 사회현상과는 전혀 상반되거나 왜곡된 결과를 도출해내기 때문이다. 특히 조사결과를 백분율로 표현할 경우 자칫 보는 사람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울산의 도로율이 7대도시 가운데 꼴찌라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이 보도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물론 다양하겠지만 울산의 도로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얼핏 울산의 도로사정이 열악하다 못해 심각한 지경이라는 생각을 한번쯤은할 법하다.  그러나 통계는 여기서 마술을 부린다. 도로율은 통상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공업지역을 합한 시가화 면적에 대한 개설도로 면적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다. 이런기준으로 본다면 울산은 15.75%로 7대도시 중 최하위의 도로율을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계량화된 도로율이라 할지라도 거기엔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비논리적인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도로는 현행법상 도시계획시설 기준에 따라 주거지역은 주거지역 면적의 평균 23% 범위로 상업지역은 33%, 공업지역은 15% 정도로 도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결국 주거지역과 상업, 공업지역의 면적에 따라 그 도시의 도로율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공업지역이 많은 도시는 도로율이 그만큼 낮아지고 상업지역이 많은 도시는 그 만큼 도로율이 높아지고 되는 것이다.  울산은 시가화 면적 119.33㎢ 가운데 공업지역이 절반 이상인 60.32㎢(6대도시 평균 21.1%)이며 상업지역은 5.3%(6대도시 평균 9.5%)인 6.18㎢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의 경우 공업지역은 전체 시가화면적의 8.2%(28.88㎢)이며 도로율이 7대도시 가운데 최고를 기록한 대구광역시의 경우 공업지역은 20.5%(30.19㎢)를 보이고 있어 우리 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결국 공업지역과 주거·상업지역 간의 면적비율에 따라 그 도시의 도로율은 달라질수 밖에 없다. 실제 공업지역 면적을 공히 제외한 상태에서 도로율을 계산한다면 울산은 25.02%의 도로율을 보여 7대도시 가운데 최고의 도로율을 지닌 도시이다.  시가화 계획 면적에서 개설된 도로와 앞으로 개설할 도로면적을 나눈 계획도로율 또한 울산은 다른 6대도시에 비해 공업지역은 6대도시 평균의 2배 이상이고 상업지역은 6대도시 평균의 55%에 불과함에도 35.41%를 기록해 대전광역시의 39.8%에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요컨대 도로율이 그 도시의 도로여건을 가늠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도시의 도로사정을 거론할 때 가장 빈번히 인용되는 자료이긴 하지만 도로율만으로 그 도시의 도로여건을 파악하는 것은 통계의 마술에 빠질 위험성이 너무 크다.  울산은 광역시 승격이후 장기간 방치되어 온 도시계획도로와 순환도로, 시가지 간선도로에 이르기까지 도로여건 개선에 집중투자해 왔으며 시민이 체감하는 도로사정도 뚜렷하게 개선되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우리시 도로사정의 실상은 교통개발연구원이 조사 분석한 도로 교통의 혼잡비용을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정상속도 이하로 운행할 때 드는 시간과 비용을 화폐단위로 환산한 이 자료는 지난 99년 한해동안 울산은 1천920억원(서울·부산은 울산의 22배·10배)으로 7대도시 가운데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울산이 상대적으로 가장 교통혼잡비용이 적고 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통계는 허수를 숨긴 마술을 통해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울산의 도로여건이 전국 최고수준으로 만들기위해 더욱 행정력을 모아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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