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반구대 해법,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며

▲ 반구대암각화를 찾은 관광객이 물에 잠겨 있는 반구대암각화를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반구대암각화의 보존대책 논의는 45년 전 발견시점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1972년 당시 윤주용 문공부장관은 가뭄으로 잠시 모습을 드러낸 반구대암각화가 다시 물에 잠길 것을 우려해 보존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지시하였다. 보존대책으로 몇 몇 전문가들은 ‘사연댐을 통째로 옮겨야 한다’ ‘상류에 댐을 하나 더 만들자’ ‘암각화 앞에 10m 높이의 제방을 둘러싼 뒤 사다리를 걸쳐 놓고 관람케 하자’는 등의 대안들이 거론되었다.

발견때부터 45년간 이어온 보존대책
사연댐 수위조절·대체수원 확보 등
명확한 대책 못찾고 지리한 논쟁만
수자원 확보에 적극 대처 못한 울산
운문댐 물 7만t 확보에 전전긍긍
지금부터라도 가능한 것에 집중해야

반구대 암각화가 1965년 사연댐 축조 이후 매년 침수와 노출을 반복하면서 훼손이 우려되자 2000년 초부터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고 문화재청은 관계기관 협의, 전문가 자문회의, 현지조사, 공청회, 간담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결방안을 강구해왔다. 특히 2009년부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이 정부의 갈등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어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합리적, 과학적 보존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였다. 당시까지 가장 많이 논의된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은 유형별로 볼 때 사연댐 수위조절 및 수문설치, 인공제방 설치 및 유로변경, 생태제방 조성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위의 방안은 각기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그동안 학계, 전문가 및 정부에서 가장 적합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 중 사연댐 수위조절 및 수문설치안이 조건부 정부안으로 합의된 바 있다.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는 2개의 소규모댐 건설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안은 울산광역시의 대체수원 확보가 사업타당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산되었다. 당시 가장 큰 쟁점은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대책으로 제시된 여러 대안 중 사연댐 수위저하에 대하여 문화재청, 울산시청, 국토해양부 그리고 국무총리실이 용수공급량 감소량에 의견을 달리한 것이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울산광역시의 생활용수 평균사용량은 14.2만t/일로 수위조절 후에도 울산광역시 용수공급량은 부족하지 않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대암댐을 공업용수 공급에서 생활용수 공급으로 용도전환 한다면 5만t/일 이상 확보가능하고 사실상 울산광역시의 용수공급에는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사연댐의 상시만수위를 EL.60.0m에서 EL.52.0m로 조절하여 발생하는 공급량 감소량은 울산시청의 의견은 6만t/일이 줄어든다고 한 반면 국토해양부는 42년간 유입량자료로 프로그램 모의테스트 결과 3만t/일 정도로 줄어든다고 발표하고 국무총리실에서는 사연댐 수위조절에 따른 용수공급량 감소량은 3만t/일로 보았다.

이후 울산시는 암각화 앞에 생태제방을 쌓거나 산에 터널을 뚫어 물길을 우회시켜 암각화를 보존하는 ‘유로 변경안’을 다시 제시했지만 문화재청은 “환경훼손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사연댐 수위 조절로 인한 대체용수 확보 문제로 진전이 없이 갈등이 고조되던 시점에 국무총리실 중재로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2013년 6월 암각화 앞에 88억 원을 들여 임시 물막이댐을 설치하기로 합의하고 지금 모형실험을 위한 공사가 현장에서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의 배경에는 오는 2020년까지 국비 2207억원이 투입되는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핵심은 하루 18만t을 공급받는 사연댐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수위를 낮추어 1일 확보량을 15만t으로 줄이고 경북 청도에 있는 운문댐에서 1일 7만t을 공급받는 것이다. 나머지 5만t은 공업용수댐인 대암댐의 용도를 식수전용으로 전환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전제 조건인 대구·경북권에서 운문댐 활용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어 정상추진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구취수원의 구미공단 상류 이전에 대해 구미시가 적극 반대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금년 초 대구·구미 민관협의회까지 출범하였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취수원 이전 문제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구미시는 국토부가 발표한 ‘경북·대구권 맑은 물 공급 종합계획 검토보고서’에 불신감을 드러내며, 용역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국토부의 용역안은 ‘대구 취수원을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이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었다. 국토부는 양 지자체 간 합의를 우선시하며 지금까지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지 않아 대구 민관협의회 단독으로 국토부 예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5년간의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 논의를 집약하면 사연댐 수위조절과 대체수원확보 문제로 귀결되고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원점에서 그 동안 거론되었던 수 많은 보존대책들을 꼼꼼히 되짚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소규모댐 건설이다. 2000년대 초부터 맑은 물 확보를 위하여 소규모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실제 2000년 2월에 울산시는 대곡댐 건설이 끝나는 2002년부터 북구 강동 신명댐을 시작으로 울주군 두서면 복안댐, 상북면 덕천댐, 삼남면 작천댐, 온양면 대운댐 등을 2010년까지 순차적으로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울산시는 이들 5개 소규모 댐 건설을 통해 사연댐 공급 능력의 두배에 이르는 20만t 정도의 수원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또한 2003년에도 울산시는 소규모 댐 8곳을 건설해 11만t의 식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구상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들 댐 중 2-3개만 건설 했어도 지금 문제되는 대체수원 확보는 상당히 해결됐을 것이다.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고 민원 등이 예상되지만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다음은 사연댐의 저수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이다.

사연댐은 50년이 지난 노후화한 댐으로 안정성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전국 6개 댐 중 하나다.

이 댐은 1962년부터 1965년 사이에 태화강의 지류인 대곡천 수계의 물을 얻기 위해 건설된 어스 필 댐(earth fill dam)으로, 둑 높이 46m, 둑 길이 300m이다. 즉 물을 새지 않게 하는 벽을 가운데 세우고 바깥을 콘크리트가 아닌 흙과 돌로 채운 국내 최초의 토석제고 배수구가 없는 월류식이다. 댐이 만수위가 되면 물이 둑을 넘어서 자연 배수되도록 한 방식이다. 사연댐의 저수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으로 제시된 안은 두 가지다. 첫째는 50년 된 사연댐의 토사를 준설하는 방안이다. 얼마 전 울산시 시의원도 제안하였지만 사연댐을 준설하여 저수량도 추가로 확보하고 사연댐에 매몰된 유적도 조사하자는 내용이다. 당시 울산시 관계자는 “식수댐에 대한 퇴적물 제거는 중금속 등 오염원이 발생할 가능성 등으로 이제까지 전례가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렇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고 전문가들에 의뢰하여 심도 깊은 타당성 검토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음으로 사연댐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수리분야 비전문가이지만 반구대암각화 보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제시한 방안은 사연댐의 안정성도 확보하고 저수량 확보도 가능할 수 있도록 지금의 어스 필 댐의 둑을 콘크리트 둑으로 교체하자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 현재의 댐 둑을 조금 더 아래로 내릴 수 있다면 더 많은 수량의 확보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특성상 흙과 돌로 채운 지금의 사연댐의 둑은 넓은 면적을 요구한다. 콘크리트 둑으로 교체하면서 준설까지 함께 한다면 상당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어 보인다. 물론 정확한 수량 확보 정도는 전문가들이 계산해야 되겠지만 수위조절로 인한 용수공급량 감소 문제가 해결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 이달희 울산대 공공정책연구소장 반구대포럼 공동대표

마지막으로 수리전문가들이 꾸준히 제안해온 대규모 지하 저류 시설을 갖추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물 부족 때 마다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빗물과 중수도를 활용하는 정책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다. 울산시의 물 재이용을 통한 수자원 확보방안도 아직 초보 단계다. 울산시는 2020년까지 빗물 이용시설과 빗물 저류시설을 통해 각각 연간 6만8000t, 30만t을, 중수도시설로 연간 5만4000t, 하수 등 재이용으로 연간 14만t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조례를 제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는 그동안 수자원확보를 위하여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였다. 밀양댐 물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다. 2009년에 밀양댐 물 배분계획이 다시 수립될 때 총력 대응을 했어야 했다. 또한 2009년 정부가 소규모댐 2개를 제안했을 때도 적극적으로 검토했어야 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하여 문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운문댐 물 7만t을 확보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우리 처지가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

이달희 울산대 공공정책연구소장 반구대포럼 공동대표

(반구대포럼·울산대공공정책硏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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