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사회문화팀

지난해 울산지역 고교생의 대학 진학률은 80.7%로 전국 평균(70.9%)보다 약 10%P 가량 높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서도 최상위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지역에 위치한 대기업 상당수가 학자금을 지원하다 보니 자녀를 일단 대학에 진학시키고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구나 받아 가는 학자금을 받지 못하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 탓이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 기술직 종사자가 많은 지역 특성상에다 기술직을 홀대하는 사회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자식만큼은 손에 기름때를 묻히며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부모의 심리가 작용한 영향도 크다.

하지만 수 년 전 현대차 노조가 조합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대졸자에게도 입사 지원의 기회를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지금은 법 개정으로 학력 차별을 두지 않지만 당시 현대차 기술직 입사 지원자격은 ‘고교·전문대 졸업자 및 동등학력 이수자’였다.

대졸 사무직의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취업하더라도 40~50대 조기 퇴직을 권고 당하는 상황에서 고연봉에 기술을 배울 수 있는데다 정년까지 보장되는 기술직에 자녀를 취업시키고 싶은 부모의 심정이 반영된 요구였다. 화이트칼라만을 무조건 선호하던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 가는 ‘사회상’이기도 했다.

정부 역시 뿌리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술인 육성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최고의 기술인력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설립하고, 특성화고 역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학과 개편을 권장했다. 무조건적인 대학 진학을 막기 위해 ‘선취업 후진학’ 입시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영향을 반영하듯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총괄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1%가 ‘자녀에게 전문 기술직을 권해줄 의향이 있다’고, 78.2%는 ‘전문기술 미보유에대한 아쉬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74%는 ‘첫 직업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전문 기술직을 택할 의향이 있다’고 각각 답하는 등 기능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자동차 조립, 용접 등 기초산업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예다. ‘기술=3D직종’이라는 고정관념과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깨져야 제2, 제3의 현대차, 현대중공업이 나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기술직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왕수 사회문화팀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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