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식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본보13기독자위원

어느 블로그에서 본 ‘워싱턴 외곽 벨즈밀 초등학교’의 경제수업 내용이다.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초등학교 5학년 교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첫 월급이라면서 가상의 100만원을 나눠 주며 한달간 지출명세서를 작성케 한다. 학생들이 만든 명세서에는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놀러가고 싶은 곳, 방세 등 한 달간의 살림살이가 적혀 있다.

교사는 학생들의 명세표를 보면서 먼저 월급이 모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님을 일깨워준다. 세금, 보험, 기부금 등도 내야함을 알려준다. 학생들은 일제히 실망 섞인 한숨을 쉰다. 주말에 백화점에 가겠다는 계획에 교사는 백화점은 어떻게 갈 건지 묻는다. 차를 운전해서 간다는 말에 기름 값과 주차료는 어떻게 할 건지 질문하면 아이들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들이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수업이 끝날 무렵 학생들은 자신의 지출명세가 얼마나 현실과 거리가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계획을 무모하게 세웠다가는 월급을 모두 써도 모자란다는 걸 알게 된다. 교사는 다시 묻는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학생들은 사고 싶은 것을 줄이면 된다고 한다. 막연한 대답이다.

이에 교사가 방안을 제시한다. 한달 방세가 40만원인데 방을 친구와 함께 쓰면 20만원이 생기지 않을까. 그 제안에 학생들은 효율적으로 씀씀이를 통제하는 요령을 깨닫기 시작한다. 아이들도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다. 친구와 서로 차를 함께 이용하면 기름값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겠네요.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저축을 해서 돈을 모아뒀다가 나중에 구입하면 되죠. 그러면 이자도 생기지요 등등. 아이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던 금융수업에 대해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다.

올 하반기부터 청소년 금융교육이 시작되고 있다. 조기 금융교육으로 청소년들을 장차 부자로 키운다는 발상이다. 좋은 소식이다. 지금까지 기성세대는 돈이란 몰라도 되는 것이라든가, 자연히 알게 되는 것이며, 돈을 일찍부터 아는 것은 순수하지 못한 행동으로 치부해 왔다. 세뱃돈은 부모님이 맡아주었고, 부모님과 내 돈의 구분은 없었으며 부모님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사주는 사람으로 여겼다. 은행은 여윳돈을 맡아두는 곳이며, 급한 돈이 필요하면 대출을 하는 곳으로, 일상생활에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으면 있으나마나 한 곳이 은행이었다. 그렇게 가르치고 배운 결과는 어떨까.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유태인들의 예를 들어보자. 유태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돈과 투자에 대해서 배운다.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용돈을 공짜로 주는 법이 없다. 아버지 구두를 닦고 그 솜씨와 정성을 참고해 그에 상당한 대금을 자녀에게 지불한다. 용돈을 통해서 계획과 선택, 노동의 가치와 물건의 가치에 대한 개념을 스스로 습득하도록 한다. 일의 가치와 질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면서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유태인들은 금융교육이 생활 면허증이다.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경제관념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 월급 100만원이 평생 적자 인생의 출발점이 될지, 가치 있는 삶의 종잣돈이 될지는 조기 금융교육에 달려있다.

최성식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본보13기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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