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사랑이법’ 개정으로
생모의 인적사항 모르는 미혼부
법원의 허가 받아 출생신고 가능

▲ 전연숙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혼인한 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는 원칙적으로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해야 한다. 그러면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신고는 누가 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어머니가 출생신고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아버지에게 아이를 맡기고 사라진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버지가 어머니의 인적사항을 알 수 있으면 인지 신고를 거쳐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법률적으로는 혼인 외 출생자와 생부는 남남이다. 그럼 아버지가 어머니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는 경우는 어떻게 되나? 아버지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다. 아이의 생부이고 아이를 양육하고 있더라도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이른바 ‘모(母) 불상의 출생신고’를 과거에는 수리했으나, 2011년 6월30일부터 그러한 출생신고의 수리를 받지 않고 있다.

어머니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아버지는 성본창설허가 청구 및 가족관계등록부창설허가 신청을 위한 특별대리인 선임 청구를 하여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된 뒤(미성년 후견인으로 선임된 경우도 있었다) 성본창설을 하고 나서 가족관계등록부창설을 통해 아이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한 후 인지 절차를 거침으로써 비로소 아이의 아버지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될 수 있었다. 이러한 절차는 법률 전문가에게조차도 생소한 것이고, 미혼부가 그 모든 절차를 거쳐 아이의 아버지로 인정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 그동안 아이는 주민등록번호도 부여되지 않은 채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어떠한 권리도 누릴 수 없었다.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취득권을 가진다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유엔협약 제7조 제1항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필자는 2012년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사비송 사건을 처리하면서 법정대리인도 없이 갓 태어난 아이의 이름으로 성본창설허가 청구가 들어왔을 때의 당혹감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런 경우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모(母) 불상의 출생신고’를 불수리하는 것으로 예규가 개정되어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던 미혼부가 아이의 이름으로 청구한 것이었다. 당시 서울가정법원에 그러한 유형의 사건이 몇 건 접수되어 있어 그 처리 방향을 의논한 결과 미혼부로 하여금 성본창설을 위한 특별대리인 선임청구를 하게 한 뒤 특별대리인 이름으로 아이의 성본창설허가 청구를 하도록 유도하였다(물론 미혼부는 아이의 성본이 창설된 이후에도 가족관계등록창설과 인지라는 절차를 다시 거쳐야만 했다). 미혼부는 유전자 감정 결과로 본인이 아이의 친생부임을 입증했고, 실제 아이를 양육하고 있음에도 아이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2015년 5월 이른바 ‘사랑이 법’이라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마련되어 2015년 11월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에 따르면, 미혼부가 생모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늦은 감은 있으나 2015년 11월19일 이후로는 생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미혼부도 여러 단계의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신속하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다만, 오늘날은 유전자 감정을 통해 친자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어떤 절차로 법률상 부자관계를 형성할지에 대하여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전연숙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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