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물문제·암각화...동시에 해결할 대안은

▲ 사연댐 전경.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카이네틱 댐(가변형물막이 댐)은 검증 실험 및 설치 과정에서의 안전성, 울산권 맑은 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까지라는 한시성, 그리고 댐 해체 시 암각화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가역성을 전제로 하고 진행 중이다. 댐은 당초 금년 말까지 설치 완료하기로 하였지만 실험모형 설치안의 누수문제 등 안전성 논란에다가 설계 지연, 장마철 동안의 검증 등으로 늦춰져 이제 2017년을 설치 목표연도로 진행 중이다. 2017년에 계획대로 설치되기 위해서는 안정성을 담보로 하는 기술적인 완벽함도 필요하지만 기후조건도 맞아야 한다. 모형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장마철 실험이 필수 조건인데 내년에 검증의 실효성을 담보할 만한 장마가 없으면 시간은 다시 지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카이네틱댐이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고 울산의 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요술방망이가 될지 문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더 악화시키는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의 유명한 사례로 끝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정책입안의 졸속 비난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대학원생 아이디어로 일사천리 진행된 카이네틱댐
언론보도 한달만에 국가정책 지정…졸속행정 논란
정부-울산시-시민, 최적 방안 도출에 머리 맞대야

카이네틱 댐의 기획자로 알려진 함인선씨는 2013년 8월17일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건축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과학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라는 주제로 과제를 냈다. 반구대 암각화 문제 해결 방법을 학생이 제안했다. 그래서 학생들과 함께 구조를 계산해봤다. 중앙일보에 연락을 했고 관련기사가 5월9일자에 나왔다. 기사가 나간 당일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이 연락해왔다. 이후 새누리당에서 정부에 공식 제안했고 국무조정실에서 받아들이게 됐다”고 댐의 탄생 비밀을 설명한 바 있다.

학생이 제안하고 정치인이 소개하였다고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언론 보도 한 달 만인 6월13일 대한민국 국가정책으로 채택되고 이해 당사들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갈등 해소 정책 모범 사례로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최근 합의 당사자들의 발언을 보면서 우리는 협상 당사자는 물론 대한민국 정부의 무책임한 졸속 정책결정에 허탈감을 지울 수가 없다.

▲ 카이네틱댐 조감도.

2014년 11월4일자 지역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말 울산시 당정협의회 자리에서 박맹우 전 울산시장은 “그런(카이네틱댐의 결함)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막무가내로 물을 빼라고 하기 때문에 생태제방안을 제시하는 등 온 몸으로 버티며 시간을 벌어 보자는 생각이었다”라고 하였다.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은 2015년 5월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암각화 훼손 없는 물막이 설치는 불가능한 것으로 공상만화 시나리오나 다름없다”며 “‘설치 불가’라는 결과가 나오면 댐 수위를 낮춰 보존하는 것으로 결론날 것으로 보고 검증에 동의한 것”이라고 하였다.

앞으로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합의한 임시 물막이 댐인 카이네틱 댐은 철저히 검증되어야 하고 문제가 없다면 마땅히 추진되어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재청, 울산시, 그리고 울주군이 중심을 잡고 머리를 맞대어 차분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칙을 지키면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반구대암각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암각화의 가치와 중요성을 일반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때 보존문제도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문화재청, 울산시와 울주군이 함께 힘을 모아 발주한 대곡천 정비계획은 대곡천암각화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큰 밑거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다음으로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은 대곡천을 최대한 사연댐 건설 이전의 모습에 근접하게 복원시키는 대안을 지속적으로 찾는 것이다. 지난해 1월 필자는 나선화 문화재 청장을 면담한 적이 있다. 당시 나 청장은 ‘좋은 대안’이 있으면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하였다.

진행 중인 카이네틱 댐이 성공적으로 설치되고, 구미시민들이 동의해 준다고 하더라도 운문댐 물 7만t이 울산까지 오기 까지는 최소한 10년 이상이 걸리고 3000억원 이상의 정부재정이 소요될 전망이다.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는 복잡한 실타래가 풀릴 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지금 전국이 가뭄으로 몸살이다. 울산도 강우량이 충분하지 못하다. 지난 2년 동안 2014년 8월18일부터 10월22일까지 두 달 정도를 제외하고는 사연댐 수위는 52m를 넘지 않았고 지금은 49m를 유지하여 반구대암각화는 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최근 울산의 생활용수 공급을 위한 하루 원수 사용량은 회야댐 18만~19만t, 사연댐 11만~12만t, 대암댐 낙동강 원수 2만~3만t으로 32만~34만t 정도다. 지난 5년(2010-2014) 동안 하루 평균 원수 사용량은 33.7만t으로 회야댐 14.3만t, 사연댐 14.9만t, 낙동강 원수 4.4만t이다. 전체 원수의 13.1%가 낙동강 원수다. 낙동강 원수 의존도는 부산의 93%, 대구의 70%보다는 훨씬 적은 편이다.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더라도 기존 저수량보다 더 많은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연댐 리모델링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대암댐 식수 전환도 10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본다.

지난 8월 발표한 국토부의 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 고시에 의하면 울산의 1일 장래 생활용수 ‘수요량’은 2020년 38만t, 2025년 39만t, 2030년 39만t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 예측의 내용을 보면 과도한 면이 있어 검토가 요구된다. 먼저 울산의 경우 1일 1인 ‘사용량’이 지난 8년간 250∼258ℓ에서 안정되어 있음에도 국토부는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2025년 272ℓ, 2030년 276ℓ로 높게 추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일 1인 ‘급수량’도 그동안 꾸준히 감소하다 최근 282ℓ~286ℓ에 안정되어 있음에도 국토부는 2025년 299ℓ, 2030년 306ℓ로 너무 높게 추정하고 있다.

▲ 이달희 울산대 공공정책연구소장 반구대포럼 공동대표

더 큰 문제는 장래 수도 및 정수 시설 용량 계획을 여유있게 하기 위하여 공장 내에서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공업용수로 원수나 침전수가 아니라 생활용수를 사용하는 부분을 생활용수 추정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장래 자연인구 증가와 개발계획에 의한 인구유입 만을 고려한 울산의 장래 생활용수는 2020년 34만4000t, 2025년 35만t, 2030년 35만1000t이다.

물 절약 운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수자원공사에 의하면 변기수조 절약형 교체, 컵에 물 받아 양치질, 설거지통 사용하기 등 세 가지 방법만 실천하면 1인당 하루 물 소비량을 100ℓ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 ‘5만t 반구대 댐’을 건설하는 범시민 운동도 구상해볼만 하다.

정부와 울산시, 그리고 울산시민이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면 적은 예산으로 좀 더 빨리 울산의 고질적인 물 문제도 해결하고 반구대암각화도 제 모습을 찾는 ‘좋은 대안’이 반드시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이달희 울산대 공공정책연구소장 반구대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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