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노보기 8언더파 맹타로 역전 우승…전인지 상금왕 확정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9년차 선수 김혜윤(26·비씨카드)은 특이한 드라이버 스윙으로 유명하다.

 발을 모으고 어드레스를 했다가 오른발을 오른쪽으로 디디면서 백스윙을 하고 다운스윙 때 왼발을 왼쪽으로 내디딘다. 스텝을 밟는 듯 하다 해서 ‘스텝 골퍼’가 별명이 됐다. 캐디백에도 이름 대신 ‘스텝 킴(STEP KIM)’이라고 새겨져 있다.

 163㎝의 작은 키와 가냘픈 몸매 탓에 비거리가 짧아 고민이던 김혜윤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체중 이동을 극대화해서 드라이버샷 비거리를 늘리고자 고안한 비법이다.

 어떤 선수도 따라 할 수 없는 특이한 스윙을 10년째 고수하는 김혜윤은 송곳 아이언샷과 컴퓨터 퍼팅을 앞세워 2011년까지 4차례나 우승컵을 안았다.

 2013년과 작년 2년 동안 우승없이 보냈던 김혜윤이 3년만에 생애 5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혜윤은 1일 경남 거제 드비치골프클럽(파72·6천482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서울경제·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 3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의 불꽃타를 터트린 끝에 합계 6언더파 210타로 정상에 올랐다.

 2011년 현대 차이나레이디스오픈 우승 이후 4년만에 ‘위너스 클럽’에 다시 합류한 김혜윤은 우승 상금 1억원을 받아 상금랭킹 9위(3억3천991만원)로 올라섰다.

 김혜윤은 “올해 목표가 우승과 상금랭킹 10위 이내 진입이었다”면서 “20대 초반 선수들이 득세하는 투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는데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찾았다”고 말했다.

 대역전극이었다.

 2라운드를 마쳤을 때 김혜윤은 선두 윤채영(28·한화)에 5타 뒤진 공동8위였다. 윤채영에 이어 올해 준우승 2차례 등 대회 때마다 자주 우승 경쟁을 벌인 김해림(26·롯데)과 BMW챔피언십 우승자인 상금랭킹 4위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 준우승만 3차례 차지한 배선우(21·삼천리) 등이 1, 2타차로 선두권에 포진했다.

 하지만 김혜윤은 1, 2라운드에 비해 바람이 잠잠해지고 그린이 부드러워진 이날 어느 선수보다 샷이 뜨거웠다.

 1번(파4), 2번홀(파5) 연속 버디로 예열을 마친 김혜윤은 4번홀(파4) 버디로 순위표 상단으로 올라섰다. 초반 세차례 버디가 모두 그린을 놓치고도 그린 주변에서 칩샷으로 잡아낸 버디였다.

 김혜윤은 “타수차가 커 3등 정도를 목표로 잡았는데 초반부터 감이 좋았다”면서 “그동안 우승 네번이 주로 퍼팅을 잘해서 이룬 것이라면 오늘은 샷과 퍼팅이 다 잘 됐다”고 설명했다.

 7번(파5), 8번홀(파3) 연속 버디를 잡아내자 어느덧 김혜윤은 조윤지와 공동 선두가 됐다.

 김혜윤은 공동 선두에 한번 이름을 올린 뒤부터 조윤지와 시소 게임을 벌였다. 버디로 앞서가면 버디로 응수하는 팽팽한 대결의 결말은 17번홀(파3)와 18번홀(파5)에서 갈렸다.

 조윤지에 앞서 경기를 치른 김혜윤은 18번홀(파5)에서 세번째 샷을 깃대에 맞히는 이글성 버디를 잡아내며 1타차 선두로 경기를 끝냈다.

 조윤지는 17번홀에서 티샷이 밀려 온그린에 실패한 데 이어 두번째 샷을 두텁게 치는 실수를 저질러 1타를 잃었다.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골라낸 김혜윤이 2타차 선두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조윤지의 경기를 지켜보던 김혜윤은 18번홀 조윤지가 세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면서 우승이 확정되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주변에 있던 동료 선수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자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시즌 두번째 우승을 노리던 조윤지는 12번홀(파5)에서 아쉽게 빗나간 1.5미터 버디 퍼트 등 후반에 여러 차례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한 불운에다 17번홀 보기로 2타차 준우승(4언더파 212타)에 만족해야 했다.

 생애 첫 우승에 또 한번 도전장을 낸 김해림은 마지막 날 1타를 잃어 공동3위(1언더파 216타)로 밀렸다.

 작년에 이어 생애 두번째 우승에 도전한 고참 윤채영은 4오버파 76타로 부진, 공동6위(1오버파 217타)로 대회를 마쳤다.

 상금랭킹 1위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10번홀 티샷을 마치고 어깨 통증으로 기권했지만 상금왕을 확정했다.

 전인지와 상금왕 경쟁을 벌인 박성현(22·넵스)은 2타를 줄여 공동9위(2오버파 218타)를 차지했지만 전인지와 상금 차이를 좁히지 못해 상금왕 도전은 내년으로 미뤘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