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진기자 사회문화팀 차장

며칠전 베를린도이치심포니오케스트라의 울산연주회를 다녀왔다. 개관 20주년을 맞은 울산문예회관이 외부 오케스트라를 초청, 시민 문화향유 욕구를 충족시켜주자는 취지로 마련한 연주회였다. 베를린도이치심포니의 한국방문도 꼭 20년 만이라고 했다. 게다가 한국인이 좋아하는 연주자 중 늘 상위에 포함되는 백건우가 협연자였다.

2시간 내내 감탄을 했다. 연주가 끝난 뒤에도 감동이 이어졌다. 연주단과 협연자의 기량만 가지고 논하는게 아니다. 사실 연주무대의 수준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라 놀랄 일은 아니었다. 더욱 큰 감동은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비롯됐다. ‘울산의 수준이 이처럼 높았었나’ 고개가 갸우뚱거려질 정도로 대단했다. 음악의 완성도는 객석의 반응에 따라 달라진다는게 꼭 들어맞았다.

연주곡은 베토벤이 만든 협주곡과 교향곡 등 3곡이었다. 한 작품은 3~5개의 악장으로 구성된다. 악장과 악장 사이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감상의 기본이다. 박수는 모든 악장이 마무리된 뒤에 보내면 된다. 모든 악장이 끝난 뒤라도 성급하게 박수를 치면 안된다. 클래식 애호가들은 악보의 모든 음표가 악기 울림통을 통해 표현된 뒤에도 짧게는 3~5초, 길게는 10초 이상 공기 중에 떠도는 잔향까지 음미한다. 이날 연주회는 이 모든 것의 교과서를 보여주었다. 옆자리의 클래식 애호가는 앙코르 연주가 끝난 뒤에도 아쉬움이 컸던지 자리를 쉽게 뜨지못했다. 최고의 연주단이 최고의 관객들을 만나 최고의 음악회를 만든 순간이었다.

18년 전 본보 문화면의 공연기사는 이날 연주회장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당시 울산문예회관은 개관 1년을 넘긴 신생 문화시설이었는데 울산 최초의 전문 클래식 음악당에 대한 시민들의 이질감이 상당했다. 기사의 방향은 이들 초보자를 염두에 둔 내용이 많았다. 연주회의 감상법, 음악회 에티켓을 알려주는 기획기사에는 앞서 밝힌 악장과 악장 사이의 박수문제가 자주 언급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너무 앞서지 말고 옆 사람을 따라 하라’는 식의 도움말이 나온다.

울산의 클래식 청중은 강산이 두번 바뀌는 동안 격세지감이 느껴질만큼 변화했다. 최고의 객석문화는 최고의 관람 환경을 요구하게 된다. 울산시가 이같은 요구에 맞춰 대공연장 좌석을 큰 것으로 교체하고 앞사람의 머리가 무대를 가리는 일이 없도록 좌석 배열이나 바닥면의 경사까지 바꾸겠다고 한다. 내년 하반기 6개월의 공사가 진행되면 울산문예회관 대공연장은 제2의 도약기를 맞게 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울산문예회관의 변신이 대공연장 한 곳에서만 진행될 것 같다는 점이다. 개관 20년이 된 울산문예회관이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서는 전체 시설물에 대한 균형있는 발전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지난 20년 간 활용책이 전무하다시피한 회관 전면의 계단부지가 아까워서 하는 말이다. 그 공간에 타 도시의 대표 문화시설처럼 카페나 편의점, 서점이나 아트숍을 들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연이 있는 밤에만 회관을 찾을 게 아니라 지역작가의 아트상품을 사기 위해, 친구를 만나기 위해, 향기좋은 커피 한잔 마시러 밤낮없이 회관을 방문하고 싶기에 하는 말이다.

홍영진기자 사회문화팀 차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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