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업의 주요 동력인 전기에너지
발전용량 분단 직후의 480배로 성장
기적을 일군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

▲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

역사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 진다. 그러므로 역사의 중심에는 사람과 시대를 만들어온 이들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사람이 없는 역사는 감동이 없다.

며칠 전 한국동서발전은 당진화력발전소 내에 역사관을 개관했다. 울산화력발전소 내에 있는 역사관에 이어 두 번째로 갖는 화력발전역사관이다.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고 준공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해방과 동시에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나라는 발전설비의 대부분이 북한에 치우쳐 있어 분단 직후 남한이 보유한 발전설비용량은 200㎿(울산화력발전소 용량의 6% 수준)정도에 불과했다. 현재 우리나라 총 발전용량은 9만6828㎿로, 불과 70여년 만에 480배의 경이로운 성장을 했다. 1960년 1인당 국내총생산 79달러에서 3만달러 시대를 맞은 지금이 있기까지 경제성장을 견인한 전기에너지의 힘은 실로 막대하다. 이러한 힘이 없었다면 분단과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전기에너지 성장의 역사에도 역시 사람이 있다. 전기에너지 없이는 산업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철학을 가진 지도자의 혜안과 그 뜻을 이루려는 산업 역군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2년 마산화력발전소를 시찰했다. 이 발전소는 1982년까지 6·25 전쟁 뒤 겪었던 전력난 해결에 크게 공헌했다. 대통령의 산업 현장 방문은 큰 의미가 있다. 산업 역군들의 힘을 증대시켜 생산성 향상 효과를 내게 한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발전소 준공식에는 어김없이 국가 최고지도자가 참석했다. 그만큼 전기에너지는 국가산업의 중요한 동력이었다.

1995년 당진화력발전소 건설의 첫 삽을 뜬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건설에 참여한 총 연인원은 935만명에 이른다. 건설도중 불의의 사고를 입은 건설근로자도 삼십여 명이다. 역사에는 사람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역사관 입구 첫 사진은 굴착된 건설부지에서 호미로 작은 돌들을 정리하는 네 명의 아낙네들 모습으로 장식했다. 위용을 자랑하는 웅장한 건물도 이처럼 여린 아낙네의 손길에서 시작되었음을 기억하게 해준다. 역사의 현장에 소외되어야 할 사람은 없다.

당초 발전소 내에 역사관을 갖춰 놓으려고 한 것은 직원 교육을 위한 것이었다. 건설초기 당시부터 사용했던 자료들을 수집, 전시함으로써 전기에너지 산업의 변천사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과거 실패의 경험도 자산화해 마음에 새기고자 했다.

젊은 직원들은 최첨단 기술의 발전소만 보기 때문에 과거를 잊기 쉽다. 그러나 현재는 과거의 역사로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선배들이 흘린 땀과 노력을 잊지 않고 존경심을 갖도록 하고 싶다. 과거는 현재에 머물지 않는다. 미래를 꿈꾸게 하는 씨앗이다. 그래서 역사는 살아 숨쉰다고 말한다. 오늘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과거의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미래를 만들어가는 책임감을 갖도록 하고 싶다.

영국 런던 템스강 남쪽에 위치한 테이트모던(Tate Modern)미술관은 낡은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2000년 개장한 이래 연간 약 4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해 런던 문화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한다.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발전소의 외형은 가능한 보존하고 내부를 탈바꿈시킴으로써 사람들이 찾아오는 박물관으로 만든 성공 사례다. 울산과 당진화력 역사관이 테이트모던미술관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역사관이 되길 기대한다. 1887년 경복궁에 전깃불을 밝힌 이후 지속 성장을 해온 우리의 전기에너지 발전사가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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