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자들이 상금랭킹 상위권 포진…‘퍼팅 달인’보다 성적 높아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

가장 흔하게 입길에 오르는 골프 격언이다. 펑펑 터뜨리는 장타가 보기엔 좋지만 실제 스코어와 상금을 결정짓는 건 퍼팅이라는 뜻이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은 골프에서 격언을 넘어 ‘진리’로 통한다.

하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는 이 격언이 통하지 않는다.

상금랭킹 상위권에 포진한 선수들은 대부분 장타자다.

이번 시즌 장타 1위 박성현(22·넵스)은 3승을 쓸어담으며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그러나 박성현은 라운드당 평균 퍼트는 74위(31.15개)에 머물렀다. 그나마 시즌 종반에 향상된 결과다.

박성현에 이어 장타 2위에 오른 김민선(20·CJ오쇼핑)도 우승 한번과 준우승 두번을 포함해 톱10에 11차례나 입상하며 상금랭킹 7위를 차지했다. 풍성한 수확을 거둔 김민선이지만 퍼팅 순위는 61위(31.00개)에 그쳤다.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를 제패해 변함없는 강호의 이미지를 구축한 이정은(27·교촌F&B)은 장타 부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금랭킹 3위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 상금랭킹 4위 이정민(23·비씨카드) 역시 내로라하는 장타자다.

이정민은 장타 부문 7위, 조윤지는 8위이다. 그러나 이정민은 퍼팅 순위 58위(30.97개), 조윤지는 69위(31.08개)로 그린에서는 신통치 않았다.

장타 부문 8위 하민송(19·롯데)도 올해 생애 첫 우승컵 을 손에 넣으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상금랭킹 10위에 오른 하민송도 퍼팅 순위 56위(30.93개)로 썩 좋지 못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올해 ‘지존’의 경지에 오른 전인지(21·하이트진로)도 장타력은 남 부럽지 않은 선수다.

올해 장타 부문 10위 전인지는 5승에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싹쓸이했다. 전인지는 장타 10걸 가운데 유일하게 퍼팅 순위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전인지는 한때 퍼팅 순위 1위를 달리고 시즌 막판 부진으로 퍼팅 순위 10위(30.17개)로 시즌을 마감했다.

장타 3위 박지영(19·하이원리조트)은 우승은 없지만 신인왕이라는 평생 한 번 밖에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박지영의 퍼팅 솜씨 역시 88위(31.31개)로 안쓰러운 수준이다.

장타 부문 10위 이내 선수 가운데 우승 맛을 보지 못한 선수는 박지영을 포함해 3명 뿐이다. 장타 10걸 선수들이 합작한 승수는 무려 15승이다.

반면 퍼팅 순위 상위권 선수들은 대부분 올해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퍼팅 순위 10위 이내 선수 가운데 이번 시즌에 우승 맛을 본 선수는 퍼팅 2위 김혜윤(28·비씨카드)과 전인지 두명 뿐이다.

상금랭킹 10위 이내 선수 가운데 6명이 장타 부문 10위 이내 선수들이지만 퍼팅 순위 10위 이내 선수 가운데 상금랭킹 10위 안에 진입한 사례는 전인지 한명 뿐이다.

물론 라운드당 퍼팅 개수는 선수의 퍼팅 실력을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 상금순위 상위권에 포진한 장타자들은 대개 그린 적중률이 뛰어나다.

장타자들은 더 쉽게 볼을 그린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그린 적중률이 6위(76.98%)에 올랐다.

김민선(75.65%), 이정민(78.28%), 조윤지(78.21%) 등 장타자들은 대부분 그린 적중률이 투어 최정상급이다.

그린 적중률이 높다는 것은 버디 퍼트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버디 퍼트는 짧은 거리보다는 아무래도 중장거리가 많다. 그린 적중률이 높으면 자연스럽게 전체 퍼트 개수를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기록은 ‘장타자 전성시대’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고덕호 SBS골프 해설위원은 “최근 들어 코스는 전장과 러프 길이가 길어지고 그린이 단단해지는 등 장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프로 선수 출신인 롯데 골프단 지유진 감독은 “장타를 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워졌다”면서 “선수들은 이제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훈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 감독은 비거리를 늘려 성공한 사례로 김해림(26·롯데)을 들었다. 김해림은 2013년에 장타 부분 86위(244.20야드)였지만 작년 19위(257.18야드)로 올라갔다. 올해도 21위로 비거리가 달리는 편은 아니다.

지 감독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우고 체중을 늘리면서 스윙 스피드를 향상시키는 훈련을 꾸준히 한 결과”라면서 “타고난 장타자가 아니라면 노력을 해서 비거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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