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부지 재검토로 여론 비등
울산시의 밀실행정이 사태 악화시켜
모든 가능성 열려면 행정부터 열어야

▲ 이재명 사회문화팀장

“요즘 같은 대명천지에 이렇게 은밀하게 작전하듯 일을 진행하는 행정기관이 어디 있습니까.”

울산시립미술관 부지 재검토에 대해 울산 중구 원도심 상인이 울화통을 트뜨리면서 한 말이다. 언론을 통해 이전부지로 혁신도시가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울산시는 일언반구조차 없으니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결국 울산시는 여론에 떠밀려 19일 주민설명회와 언론 브리핑을 갖기로 했다.

울산시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늦어도 한 참 늦은 것이다. 시립미술관 부지 재검토가 외부로 불거진 것은 지난 10월4일로, 시 관계자는 “현재의 장소가 협소해 다른 부지를 찾고 있다. 백년대계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부지를 찾아 보라는 게 시장의 뜻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후로 울산시의 태도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왔다갔다 했다. 담당 국장은 원도심을 절대 안 떠난다고 공언한데 반해 담당 과장은 혁신도시가 대안 중의 하나라고 했다. 보도가 나가자 다시 원도심에서 찾고 있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혁신도시 부지의 장점을 내세우고 나섰다.

울산시의 어정쩡한 태도가 두달 동안 이어지는 사이 원도심 주민들의 궁금증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덩달아 울산시에 대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시립미술관이 울산초등학교에 들어선다고 해서 문화의 거리로 이사 온 문화예술 관련 점포주들의 불만은 마침내 행동으로 표출됐다. 1000여 점포가 소속된 원도심 6개 상인회가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민들은 도대체 울산시의 속내가 무엇인지 듣고 싶어 했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자 울산시는 마침내 19일 오전에 주민설명회를 갖고 언론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 여론에 떠밀린 조치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19일 울산시의 브리핑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그 동안의 행태를 보았을 때 혁신도시 부지를 포함해 원도심 내 다수의 후보지를 제시하면서 각 후보지의 장단점을 설명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동안은 왜 이렇게 은밀하게 일을 진행해 왔을까 하는 의문점이 남는다. 울산초등학교 부지가 객사 보존 때문에 실효성을 잃고, 인근 북정공원도 너무 좁아 안된다고 판단했다면 이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공개적으로 새로운 부지를 찾지 않고 쉬쉬하면서 지금까지 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혹 다른 구청에서 울산초등학교가 미술관 부지로서 적절성을 잃은만큼 처음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미술관 유치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사실이라면 울산시의 비밀스러운 행정은 더더욱 잘못된 것이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백년대계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해 보라고 했다. 울산시의 백년대계는 120만 시민의 뜻이 모아질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부지 재검토 사실을 낱낱이 공개하고 최적의 대안을 수렴해야 한다. 시민들 중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있고, 이 분야에 넓고 깊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고, 울산의 백년대계를 위해 양보하는 미덕을 가진 사람도 있다. 어쩌면 울산시가 그렇게 찾아내려 해도 못 찾아낸 원도심 내 부지를 찾아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 현 북정공원에 미술관을 지을 수 있는 절묘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백년대계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으려면 먼저 울산시의 행정을 모든 시민들에게 열어 놓아야 한다.

이재명 사회문화팀장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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