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주목하는 아산의 성공스토리
한국·울산에서는 소홀히 다뤄 아쉬워
아산정신 발전시키려 머리 맞대야

▲ 안효대 국회의원(울산동)

지난 25일은 아산 정주영 회장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울산을 비롯, 전국에서 그를 그리워하며 따라 배우자는 열기가 뜨겁다. 창업 1세대들이 물려준 제조업 강국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아산의 기업가 정신을 본받아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불굴의 도전정신, 투철한 개척정신과 창의적 기업가정신 등으로 집약되는 아산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무가 아닌가 싶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공사장 막노동자로 시작,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장한 아산 정주영 회장의 기적 스토리는 어촌마을에서 일등 부자도시가 된 울산과 세계 최빈국에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개막한 대한민국의 성공 스토리와 궤를 함께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다른 국가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는 산업의 절반은 정회장이 시작했다. 500원 지폐의 거북선 일화로 유명한 조선사업, 포드의 조립생산업체를 넘어 우리나라를 자체모델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가가 되게 한 자동차산업, 최악의 조건에서도 완성한 경부고속도로, 석유파동으로 외환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을 때 중동진출을 감행해 달러를 벌어들인 건설사업 등 우리경제 발전사에 커다란 이정표를 이루는 일들을 해냈다. 현대자동차, 현대조선(현대중공업), 현대건설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간판 기업이자 세계경제 무대의 한축을 담당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산의 대성취는 해외에서 더 평가받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아시아를 빛낸 6인의 경제인으로 선정했고, 유력 주간지였던 파 이스턴 이코노믹리뷰에서는 중국의 덩샤오핑, 인도의 간디 등과 함께 20세기 아시아의 ‘기적모델’ 10대 인물에 선정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최악의 상황까지 갈 무렵 유명 경제발전론 교수인 미국 뉴욕대학교의 윌리엄 이스털리 교수는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 경제위기를 맞아 정주영 회장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글의 결론 부분 전체를 아산의 성공스토리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교과서는 한국의 경제성장을 설명하기 위해 현대그룹이나 아산의 일대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교과서 출판사 사장은 “수십 년 사이에 이(현대)만큼 유명한 회사가 만들어진 것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예”라며 “전쟁 이후 경제기적을 이뤄낸 한국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사례가 없어 교과서에 실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는 기업인의 실명을 찾기 어렵고 그나마 기업의 부정적인 이야기뿐이라고 한다.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실명이 언급된 정주영 회장 관련 내용도 경제가 아닌 남북관계를 다룬 ‘소떼 방북’과 관련해 나온다고 한다. 미국의 교과서에는 우리도 잘 아는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석유재벌 존 록펠러,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의 기업인들이 상세히 소개되고 있다.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한민국도 울산도 아산의 대 성취와 아산정신을 제대로 평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얼마 전 금년으로 8회째를 맞는 기업가정신 주간 행사가 정부차원에서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정주영 회장을 비롯한 창업 1세대의 기업가정신을 제대로 평가해 지금의 난관극복에 활용할지 고민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사정은 울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걸핏하면 현대의 지역사회 공헌을 과소평가하고 심지어 폄하하는 분위기까지 조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한민국도 울산도 아산이 평생 베푼 것에 비하면 대접이 소흘했다. 지금부터라도 아산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안효대 국회의원(울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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