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더 이상 논리적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 아닙니다. 특단의 정치력이 필요합니다.” 국책사업이자 현 정부의 경제분야 대표 창조산업인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을 두고 최근 지역의 한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요약을 하면 “지난해 12월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석유 및 석유화학대체 사업법’(이하 석대법)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 소위에 다음달 1일 재상정하기로 여야가 협의했으나 통과가 불투명하다. 여소야대 상임위인데다 야당 간사가 (오일허브 사업 주관기관인)한국석유공사의 해체론까지 들고 나온 인사로, 석대법 통과는 안된다며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다. 야당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란 이유로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19대 국회가 종료를 앞두고 있어 석대법이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석유거래 허브(중심)를 목표로 내건 ‘동북아 오일허브’ 프로젝트가 최대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그것도 산업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고 있어 안타깝다.

종합보세구역에서 석유제품의 혼합·제조(블렌딩 Blending)와 거래를 허용하는 석대법 개정은 오일허브 성공의 필수조건이자 시발점이다. 트레이더(석유거래회사)가 원유를 탱크터미널에 저장한 뒤 블렌딩을 해서 수출하도록 할 때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세계적 트레이딩 업체들이 석대법 개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트레이더의 유입 요인이기도 하고 오일금융의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인 셈이다.

실제 오일허브 울산사업 1단계 운영법인인 코리아오일탱크터미널 측은 늦어도 올해 초까지 지분 조정·납입을 마무리하겠다는 약속을 아직까지도 못지키고 있다. 석대법 개정 입법이 계속 지연되면서 국내외 석유물류기업들이 오일허브 사업의 성공여부에 회의적 시선을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중국의 공세는 오일허브 사업에 더 큰 위기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올 연내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를 열고 가칭 상하이유(油) 거래를 시작한다’고 발표, 한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이 동북아 오일허브가 성공하려면 사업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상하이 시장이 아시아 에너지 석유거래 중심지로 자리 잡으면 울산은 오일허브 사업이 완료되더라도 단순한 저장시설 기지에 그쳐 고부가가치 금융이란 실속은 상하이가 챙길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 정쟁 탓에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울산 등에 들어설 석유탱크가 흉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주력산업 침체와 미래성장동력 사업에 목말라하고 있는 울산,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책사업이다. 오는 12월1일로 예정된 국회 법률안 소위에서도 석대법이 처리되지 않고,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실패한다면 그 책임론은 오롯이 국회로 향할 수밖에 없다.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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