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 넘는 슈퍼기부에 전 세계 찬사
편법증여 애쓰는 우리 현실과 대조적
진정한 기부문화 정착 위한 구조 필요

▲ 박철종 사회문화팀 부장

페이스북(FACEBOOK)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31·Mark Zuckerberg)가 부인 프리실라 챈(30·Priscilla Chan)과 함께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 주식의 99%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현 시가로 450억달러(약 52조원) 규모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며, 올해 9월말 기준으로 전 세계 월활동사용자(MAU:Monthly Active User) 15억5000만명을 기록했다.

저커버그는 챈과의 사이에 딸 맥스(Max)를 낳은 뒤 페이스북 게시물에 올린 ‘딸에게 보낸 공개편지’를 통해 이 구상을 공개했다. 이들 부부는 “모든 부모들처럼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면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사람들이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돕고 평등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너를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다음 세대 모든 어린이를 위한 도덕적 의무이기도 하다”고 썼다. 저커버그는 “나는 페이스북 CEO로 앞으로 오래 일할 것이지만 이런 이슈들은 너(딸 맥스)나 우리(저커버그 부부)가 더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중요하다”며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나이도 어린 그가 평소 가졌던 생각을 선뜻 실천하는 행동이 한마디로 멋지다. 이 소식에 전 세계적으로 찬사가 잇따른다. 저커버그가 올린 게시물은 2시간여만에 ‘좋아요’가 35만건 달렸고 ‘공유’가 3만6000여회 이뤄졌다고 한다.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부모가 자식에게 갖는 사랑은 같을진대 우리나라 재벌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느낌을 숨길 수 없다.

저커버그 부부의 슈퍼 기부는 이 세상이 혼자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짚어준다. 정말 멋지고 부럽다. 돈은 저렇게 쓰는 거다 싶다. 얼마전 중국의 유명 배우들이 300억원을 들여 결혼식을 한 장면과 묘한 대조를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재벌의 세습경영과 볼썽사나운 경영권분쟁 과정과는 비교하기조차 부끄럽다. 전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면서 세금을 안 내려고 편법증여나 편법양도를 동원하는 등 온갖 잔꾀를 쓰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부조리가 없는 나라가 없다고는 하지만 사회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앞장 서 실천하는 나라가 선진국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기부 소식이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인가.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했는데 증여세가 그 정도로 나왔다는 어이없는 제도도 고쳐져야 한다. 진정한 기부문화가 정착되기 어려운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안된다. 기부문화를 적극 권장하지 못하는, 이해하지 못할 지뢰밭을 없애야 한다. 정부는 모든 국민들의 잠재력이 실현되도록 적극 도와주고 평등을 장려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번 소식은 반가운 단비다. 적은 액수라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해야한다는 범국민적인 공감대를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좋아요’를 더 누르고, ‘댓글’을 달면서 그가 던진 메시지를 이어가고 싶다. ‘좋아요’ ‘댓글달기’ ‘공유하기’ 3가지만 있어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 세상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그가 고맙다. bigbel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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