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거래와 양극화 해소 위해
동반성장·상생협력은 반드시 필요
中企 경쟁력 강화 함께 머리 맞대야

▲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중국 선종(禪宗)에서 가장 중요한 불서(佛書)로 여기는 벽암록(碧巖錄)에 나온 말로,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밖에서는 어미가, 안에서는 새끼가 동시에 쪼아야 한다는 말이다.

오경(五經) 중 예기(禮記)의 학기(學記)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배워 본 후에 부족함을 알며, 가르친 후에야 비로소 어려움을 안다. 그러기에 가르치고 배우면서 더불어 성장한다고 하는 것이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다.

이처럼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 ‘상생협력 설명회’ ‘상생협력 경연대회’ ‘상생협력 협약’ 등 이제는 ‘상생협력’이라는 말을 기업의 설명회에서, 지역별 축제에서, 각종 업무협약과 여러 조인식에서 친숙하게 들을 수 있다.

파트너사간 아예 ‘동반성장 데이’를 정해 협력의지를 다지고, 실제로 꾸준한 협약 체결을 통해 새로운 시장 진출의 기회를 모색하기도 한다. 이러한 성장과 협력은 기술 개발과 이익 도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해 실질적인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생으로 변모하고 있다.

정부, 기업, 소규모 모임, 그리고 개인에게까지 동반으로 성장하고 협력하여 상생하는 것은 이제 모두의 공통된 가치이고 진리이다. 상생은 곧 공생으로 이어져, 일(一)대 일이 협력하는 것만이 아닌 일대 다(多), 다대 다가 공동으로 단결한다. 이로써 모두가 동반성장하며, 서로 협력하므로 상생한다. 사회모두의 균형발전, 구석구석 남아있는 불균형의 해소를 이루어내는 진정한 힘은 바로 이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으로부터 나온다.

필자가 근무하는 근로복지공단도 상생협력체계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는 모바일 앱 개발에 다자간(5개 중소기업과)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참여한 기업은 공단이 개방한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무료 앱을 개발하고, 공단은 다양한 방식의 홍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공단은 신제품 공동개발형 성과공유제를 도입하고, 사내근로복지기금지원사업을 통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기반 조성을 돕고 있다.

산업계는 이러한 동반성장의 분위기가 아예 기업의 기본 이념이자 가치로 자리 잡았다. 기업 간에 동반성장지수를 산정해 공표하고, 이를 기초로 업종 간 품목 간 적합 기준점을 마련해 거래 간 갈등요인을 미연에 발굴, 공통의 합의를 도출하고 공동의 이익을 양산해낸다.

이것은 동반성장의 성공모델 및 우수사례로 선정, 확산되어 다시 사회 각 기업 간 소통의 지표로 활용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올바른 창조경제의 순환이다.

사실 국가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단순한 수치 상의 규모가 아니라 신규 사업 발굴 및 다양한 창업의 활성화를 위해,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의 균형 발전의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대·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에 있어 중소기업의 역할은 매우 특별하다.

제조업과 종래의 산업에서 신성장 산업으로의 발전적인 전환을 위해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혁신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곧바로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 아니다. 시장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인 불공정 거래와 양극화를 해소하고, 기업 생태계를 창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이것이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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